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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거제시조選-164」허원영- '칠천도의 봄'

기사승인 2023.05.05  04:0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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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원영:시인,낭송가,시조창가/2010년시사문단시등단/2020년현대시조등단/거제문협.청마기념사업회이사/능곡시조교실수강/2020.거제해양관광개발공사 전국스토리텔링공모 우수상

  「금요거제시조選-164」           
     칠천도*의 봄  

 








    허  원  영

  꽃비가 날리는 날
  봄볕의 꼬득임에

  나들이 나선 아낙
  가슴은 설레이고

  물오른
  수틀뱅이섬*
  펄떡이는 봄숭어.


  모섬과 부속섬이
  봄꿈에 흠뻑 젖어

  素山*의 시비 앞에
  발길이 멎었는데

  은빛의
  칠천량 바다
  떼로 나는 갈매기.

*칠천도: 거제도에 딸린 섬
*수틀뱅이섬: 거제시 칠천도 송포마을에 있는 수야방도를 옛날에 숫돌이 많이 나와 수틀뱅이섬이라 불렀다.
*素山: 칠천도 출신의 고 홍준오(洪俊五.1927. 3. 3 ~ 1993. 6. 7) 시인의 아호.

 
◎측간쥐와 곡간쥐
‘부귀도 영화도 구름인 양 간 곳 없고 어이타 녹수는 청산에 홀로 우는가’는 가요 장녹수의 가사 끝부분이다. 나는 작업에 몰두하다 허리도 펼 겸 잠시 쉬노라면 이 노래를 부르곤 한다. 내 처지가 장녹수와 같아서다. 나는 떠났던 고향을 내 발로 찾아와 신산을 겪고 있는데, 궐연(蹶然•벌떡 일어나는 모양)히 고향을 떠난 사람도 있다. 

 이사(李斯)라는 사람은 글이 문장이요, 글씨 잘 쓰고 포부(抱負)가 비상했다. 그러나 집이 가난해서 자기 고을 상채(上蔡) 땅에서 그 아들과 함께 개를 끌고 다니며 사냥으로 생활의 밑천을 삼고 있었다. 그는 어느 날 변소에 갔다 나오면서 느낀 바가 있었다. 어느 때나 변소에를 가면 쥐란 놈이 놀래어 도망질을 쳤다. 도망간 쥐는 사람이 뒤를 보고 있는 동안 몇 번이고 구멍 속에 머리를 내밀고 사람이 있나 없나 엿보다가 사람이 있으면 당황해서 되돌아가곤 했다. 그런데 그 변소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부잣집 창고가 있어 그 안에는 곡식이 가득 들어 있었다. 그곳에 사는 쥐는 한 달에 한두 번 창고문을 열 때 외에는 좀체 놀랠 일도 없었다. 쥐는 편히 살면서 맛있는 곡식을 원대로 먹어 살이 찌고 털빛은 윤택했다. 이사가 생각하니 세상에서 못생기고 미련한 것은 측간(廁間) 쥐였다. 거기서 몇 발만 가면 곡식이 쟁인 창고가 있어 그 안에만 들어가면 편히 먹고 잘 살 수가 있는데 왜 그곳을 못 가는가. 이 더러운 측간에서 하루에도 몇십 번씩 사람이 들고 날 때마다 놀래어 도망질을 치고 똥을 먹지 않는가. 똥을 먹으면서도 사람이 올까 두려워서 불안한 생각을 가지고 먹으니 그런 어리석고 못생긴 쥐가 어디 있을까. 

 이사는 여기까지 생각하고 다시 돌이켜 자신을 생각하니 측간 쥐, 그는 바로 이사 자신이었다. 이사 자신이 곧 측간에서 똥만 주워 먹고 사는 쥐였다. 이곳을 벗어나 서울 같은 도회지로 가서 벼슬길을 취하던지 장삿길을 취하던지 이보다는 나을 터인데 무엇 때문에 이곳에만 늘어 붙어 가지고 이 고생을 하는가. 이것이 즉 환경(環境)이다. 환경이란 쉽사리 바꾸기가 어려운 것이다. 측간에서 똥을 주워 먹고사는 쥐도 환경을 못 바꾸고 측간을 맴도는 것같이 이사 자신도 내 고향이라는 애착심에서 사냥해서 생활해 나간다는 일종의 안도감에 젖어 있는 것이다. 이사는 여기서 일대 용기를 내어 궐연(蹶然)히 일어나 행장을 꾸렸다. 그 길로 진(秦)나라 서울 함양(咸陽)으로 가니 벼슬길이 터졌다. 
 정승이 되어 진시황을 도와 육국(六國)을 멸하고 천하를 통일하여 부귀가 혁혁했다. 그러나 심술이 좋지 못해서 시서(詩書)를 불사르고 글 읽는 선비를 잡아 죽이는 분서갱유(焚書坑儒)로 성경현전(聖經賢傳)이 모두 유실되어 오늘날 제대로 전해오지 못한 것은 오로지 이사의 죄라 아니할 수 없다. 그러나 이사도 필경은 내시(內侍) 조고(趙高)의 손에 삼족(三族)이 멸하는 참화를 당하고 말았다.

 그는 죽으러 나가면서 그 아들과 서로 붙들고 탄식하기를 『측간 쥐 노릇을 했더라면 피할 구멍이나 있고, 죽어도 혼자나 죽을 걸 공연히 부귀를 탐내어 창고 속으로 들어왔다가 전 가족이 몰살을 당하는구나. 옛날 상채(上蔡) 동문 밖에 개를 끌고 나가서 토끼 사냥하던 때가 그리웁고나!』 하였단다.

   청산(靑山)도 절로 절로 녹수(綠水)도 절로 절로
   山 절로 절로 水 절로 절로 山水間 나도 절로 절로
   그중에 절로 자란 몸이 늙기도 절로 절로.

 푸른 산도 자연 그대로며 숲속을 흐르는 맑은 물도 자연 그대로이다. 이와 같이 산도 자연 그대로이고 물도 자연 그대로이니 그 자연 속에 묻혀 있는 나 역시 자연 그대로이다. 그러한 자연 속에서 절로 자란 몸이니 몸이 늙어가는 것도 자연 뜻대로 따라가리라.
 이 시조는 대자연의 섭리에 따라 거역하지 않고 순리대로 살아가려는 지은이의 주자학적(朱子學的) 세계관이 엿보이는 작품이다. 작자에 대한 이설(異說)이 많았다. 그동안 송시열(宋時烈)의 작품으로 알려져 왔으나 김인후(金麟厚) 작임이 밝혀졌다. 그의 문집인 『하서집(河西集)』에 대역이 나와 있다.

   靑山自然自然 綠水自然自然
   山自然水自然 山水間我亦自然
   己矣哉 自然生來人 將自然自然老.

작자 김인후(金麟厚 1510-1560)는 조선 중기의 문신이자 성리학자이다. 어린 시절부터 총명하고 시문에 뛰어난 자질을 보여 이름이 널리 알려졌으며, 10여 권의 시문집을 남겼고 호는 하서(河西)다. 진시황의 위세를 힘입어 일세를 풍미(風靡•어떤 시대나 사회를 널리 휩쓸다)한 이사(李斯)였건만 “옛날 상채(上蔡) 동문 밖에 개를 끌고 나가서 토끼 사냥하던 때가 그리웁고나”하는 말을 남기고 거열형(車裂刑)으로 생을 마감했다. 비록 ‘부귀도 영화도 구름인 양 간 곳 없고…’를 읊조리기는 해도 이사보다는 내가 낫는가 싶어 쓴웃음을 짓는다.그렇거나 말거나 봄날은 가고 있다.(이후 다음 주에 계속)

《감상》 

현대시조발발행인 능곡이성보

시조 작품 〈칠천도의 봄〉은 꽃비가 날리는 봄날에 나들이 간 칠천도에서의 감흥을 2수 연작으로 읊은 허원영시인의 작품이다. 거제도는 우리나라에서 제주도 다음으로 큰섬 이라서 거제사람들은 이런 우스개를 하곤 한다. ‘거제가 얼마나 큰지 칠천도가 있고 구천동이 있다’는 것이다. 천혜의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거제도는 크고 작은 섬들을 거느리고 있다. 그 숫자가 자그마치 66개나 된다. 그중 지심도를 비롯하여 외도, 내도 등은 관광지로 알려져 있다. 칠천도는 하청면에 속한 섬인데 임진란 당시 칠천량 해전의 아픔을 지녔다. 예부터 옻나무가 많고 바다가 맑고 고요하여 칠천도(漆川島)라 불리다가, 섬에 7개의 천(川)이 있어 七川島라 불리게 됐다. 과거엔 칠천도에 들어가려면 배를 이용해야 했지만 이제는 칠천연륙교가 개통(2000년 1월 1일)되어 자동차를 타고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꽃비가 날리는 날이었다. 꽃비는 화우(花雨)다. 아마도 벚꽃잎이었지 싶다. 따사로운 햇살, / 봄볕의 꼬득임에 / 가만 있지 못한 여심은 나들이에 나섰다. 어찌 가슴이 설레이지 않으리오. 그래서 찾아든 칠천도 였는데 그중 송포마을 앞에 있는 수틀뱅이섬에 봄숭어가 펄떡이고 있었다. 칠천도엔 부속섬이 여럿있다. 나른한 봄볕에 칠천도며 부속섬이 코잠에 빠져 있다. 시인은 어느 사이에 칠천연륙교 앞의 素山시비 앞에 서있다. 素山은 칠천도 출신 시조 시인이다. 2000년 10월 6일 칠천연륙교 입구 소공원에서 소산 홍준오 시비 제막식이 있었다. 시비에는 「회향(懷鄕)」이라 題한 시가 수록되어 있다.

  내 못내 허기진 날은 남해 남쪽 낙도로 가리
  무변으로 펼친 바다 출렁이는 파도 속을
  고향이 점으로 떴다 갈매기로 날은다.

  냉한이 몰아칠수록 더워오는 꿈길인데
  벽파로 씻긴 가슴 펄펄 끓는 진홍의 피
  엉기어 염염한 불티 동백으로 타는 곳.

  초록 섬 등대 바위 밀고 써는 개펄이랑
  추억의 낚시 끝에 매어달린 산호의 달
  낚으며 밤을 지새던 그날 도로 새오리.

평생을 교육자로 올곧게 사셨던 소산선생이셨다. 거제시조문학회는 무원 김기호 선생과 소산 홍준오선생의 시조문학 정신을 계승하고자 창립되었다. 소산선생의 시조작품이 재평가되고 재조명 되기를 기대해 마지 않는다. 〈칠천도의 봄〉에는 첫수와 둘째 수 종장 처리가 눈길을 끈다. / 물오른 수틀뱅이섬 펄떡이는 봄숭어 // 은빛의 칠천량 바다 떼로 나는 갈매기 / 가 그것이다. 무릇 시인은 시적 대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은 남달라야 한다. 그러기에 노래하고자 하는 대상을 바라보는 눈이 관찰에 머무르지 않고 독자에게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이 종장의 처리에 있어 고민의 흔적이 짙어 보이기로 이 시조 작품은 가작이 되었다. 봄숭어가 아직 펄떡이고 있는지, 칠천량 바다에서 떼로 나는 갈매기를 벗삼아 수틀뱅이섬에 가고 싶다.<능곡 시조교실제공>       

 

박춘광 기자 gjtline@naver.com

<저작권자 © 거제타임라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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