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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거제시조選-120」:강민진] '사라지는 꿀벌들'

기사승인 2022.07.01  15: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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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민진/1964년 통영 욕지 출생. 국립경상대학교 사범대학 졸업 2019년 현대시조 등단 양산물금고등학교 교장 능곡시조교실 수강 거제시조문

금요거제시조選-120

사라지는 꿀벌들 

 

 

 

 

 

강 민 진
          
  아까시 꽃향기가 숲속을 에워 쌀 때
  쉼 없는 두 날갯짓 행하니 달려와선
  꽃잎에 입맞춤하며 단내 품던 꿀벌들. 

  아무런 댓가없이 공짜 꿀만 만들었고
  죄라면 그냥 근면뿐 수분(受粉)일만 하였건만 
  고깝다 양심도 없는 인간들의 소행머리. 

  들에서 뿜어 대는 농약에 골병들고
  지구촌 곳곳에서 심상찮은 기후변화에
  처량한 울음소리는 공도동망(共倒同亡) 경고음. 

◎ 멘토와 노력
왜소한 체구에다 힘에 부치는 일을 줄곧 하는 나는 힘깨나 쓸 듬직한 덩치를 가진 사람들을 부러워한다. 
인간은 모두 저마다의 약점이 있고 아픔이 있다. 콤플렉스가 없는 사람은 없다. 콤플렉스를 괘념치 않고 자애심을 발휘하는 사람과 콤플렉스에 헤어나지 못해 여타의 장점까지 망쳐버리는 사람만 있을 뿐이다.
성공한 사람은 약점과 허물이 없기 때문에 위대한 삶을 산 것이 아니라, 말로 할 수 없는 약점과 허물이 있었지만 그 약점을 극복하고 빛나는 삶을 산 사람들이다.
 성공에 이르는 길은 여러 갈래가 있겠으나 큰 갈래 길로 참다운 스승을 만나는 길과 끊임없는 노력을 들 수 있겠다.

흔히들 ‘멘토를 가진 사람은 복 받은 사람이다’라고 말한다.
영어에서 스승을 말하는 ‘멘토’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오디세우스의 친구 멘토르(Mentor)에서 유래하였다. 오디세우스는 트로이 전쟁에 출정하면서 친구 멘토르에게 집안일과 아들 텔레마코스의 교육을 맡겼다. 멘토르는 오디세우스가 20년이 되도록 귀향하지 않는 동안 그의 아들 텔레마코스를 돌보며 가르쳤다. 단순한 지식만 전달해주는 스승이 아니라, 삶의 지혜를 가르쳐주는 인생의 안내자였다.
멘토는 지혜와 신뢰로 한 사람의 일생을 올바르게 이끌어주는 현명한 지도자 혹은 삶의 길잡이란 뜻이다.

보석에는 그 가치를 결정하는 일정한 기준이 있다. 같은 종류의 보석이라도 기준 여하에 따라 가치가 달라지고 가격 또한 많은 차이가 난다. 투명도, 무게, 색깔, 모양, 결, 이 다섯 가지가 다이아몬드의 가치를 결정하는 기준이다. 다이아몬드는 땅속 깊은 곳에서 채광되어 장인(匠人)의 손에 의해 깎이고 다듬어져야 한다. 어느 보석이든 절차탁마(切磋琢磨)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나무가 훌륭한 기둥감이라도 그냥 베어다 쓸 수 없다. 산속에서 베어온 통나무는 가지를 다 잘라야 하고, 제재소에서 껍질이 벗겨지고 톱으로 켜야 된다. 좋은 재목도 목수를 제대로 만나지 못하면 아무렇게나 쓰여 지고 자칫 폐목이 되고 만다. 작고 볼품없는 나무라도 재주 있는 사람의 눈에 띄기만 하면 다듬고 깎여져 요긴한 제목으로 대접 받는다.
다이야몬드가 장인을 만나야 하고, 목재가 훌륭한 목수를 만나야 하듯 사람도 인생을 이끌어주는 사람과의 만남을 통하여 스스로 깎이고 다듬어지지 않으면 가치있는 인격체가 될 수 없다.

한국난계(韓國蘭界)에서 난의 본고장으로 알려진 거제에는 香坡라는 멘토가 있다. 한국난계의 사표(師表)로 추앙받고 있는 香坡라는 멘토가 있기에 거제 애란인들은 복 받은 사람들이다.
난인의 길을 감에 있어 절반은 성공한 셈이니 어찌 복 받은 사람들이라 하지 않겠는가.

        점지된 외길인 양 蘭道에 바친 恒心
        수양산 그 그늘이 팔십 리 간다지만
        난전에 쌓으신 탑은 끝 간 데를 모릅니다.

        높은 뜻 크셨기에 강이 되고 산이 되고
        난향 그윽한 언덕 위에 선학 되어 앉으신 님
        일구신 蘭人의 길이 이리 탄탄하옵니다.

        고현만 굽이보고 빗(碑)돌로 섰는 당신
        앵의며 백록모영* 상기도 푸르른데
        애란은 애국이란 말씀 가슴에 와 닿습니다.
拙詩, ‘蘭田에 탑을 쌓고’, 전문
  *향파선생이 명명하신 한란.

          
사람은 갈고 닦는 것만큼 될 수 있다는 말이 있다. 명작이나 명품은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피와 땀으로 이루어진다. 어떤 일이건 백 번을 연습하고 천 번을 갈고 닦는 훈련을 거쳐야 비로소 능력이 갖추어진다.

낙적천석(落適穿石)은 처마 끝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이 마침내 바위에 구멍을 뚫는다는 말이다. 끊임없는 노력만이 성공을 이룰 수 있다.
명창이 되려면 목에서 피가 나도록 연습해야 하고, 만인에게 감동과 기쁨을 주는 예술가가 되려면 천만 번을 갈고 닦는 고된 수련을 쌓아야 한다.
미니장가계를 만들기에 올인한 나는 버려져 있는 크고 작은 입석만 보면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다. 천개가 넘는 석주를 만들어 착생식물들을 붙이고 물을 주어 가꾼다. 그러하기를 십수년의 세월이 지나면 돌마다 이끼가 피어났다. 이끼가 피어나는 시차만 있을 뿐 산돌이건 바닷돌이건 가리지 않고 파랗게 이끼가 잘도 피어났다. 수마가 잘된 바닷돌엔 처음엔 이끼가 피어나지 않더니 매일 같은 물주기엔 당해내지 못했다. 이를 지켜보면서 사람의 인격도 갈고 닦기 나름이라 생각했다.

사람의 가치도 보석처럼 맑고 깨끗할수록 존경심이 더해진다.
가치있는 보석이 신비한 빛을 발하듯이 인간의 삶에도 나름대로 빛과 향기가 있다. 돌을 갈고 닦고 또 잘라 영롱한 빛을 내는 보석을 만드는 것과 마찬가지로 사람의 인격도 갈고 닦아야 광채가 난다.
정자 좋고 물 좋기는 어렵다. 살다보니 저절로 잘 되는 것은 잡초뿐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요행은 언감생심이다.
                                   (이후 다음 주에 계속)

 

능곡 이성보 게간 현대시조 발행인

《감상》
 시조 작품 <사라지는 꿀벌들>은 강민진이 시인이 사라지고 있는 꿀벌들에 대한 안타까운 소회를 3수 연작으로 읊었다.

감상에 앞서 시인의 ‘시작 노트’를 옮겨 본다.

 “올 초 매스컴에서 한참 보도되었던 ‘꿀벌 연쇄 실종사건’을 접하면서 결국은 인간의 탐욕과 이기심으로 인하여 치명적인 환경오염과 급격한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사람을 포함한 지구상의 모든 생물에게 생존의 위협을 주고 있음을 느꼈다.
지구촌의 대형 산불, 녹아내리는 북극 빙하 등 기후변화는 심각 그 자체이다. 인간은 자연의 구성원으로 공존의 사명감으로 최소한의 양심은 지켜야 한다.

유엔은 세계 야생벌의 40%가 사라지고 2035년에는 꿀벌이 영영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꿀벌이 사라지면 식량부족으로 한 해에 142만 명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작은 생물이라도 귀히 여김은 바로 사람도 귀한 대접을 받을 수 있으며, 이러한 인간성 회복과 실천이 현재의 우리와 미래의 후손들이 이 아름다운 지구를 평화롭게 누릴 수 있을 것 같아 이 글을 적어 봅니다.”

동요 ‘과수원길’은 박화목 작사다. / 동구 밖 과수원길 / 아카시아 꽃이 활짝 폈네 / 하얀 꽃 이파리 눈송이처럼 날리네 / (하략) 이 동요로 해서 아까시는 하얀 꽃이 핀다고 많이 알려졌다. 그런데 아카시아는 노란 꽃이 핀다. 하얀 꽃이 피는 것은 아까시나무다. 다만 흔히 쓰인다는 이유로 아카시아라 부르고 있으나 하얀 꽃이 피면 ‘아까시’로 불러야 정확한 표현이다. 그 아까시나무의 임지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지난날 산림녹화의 효자목이었던 아까시나무가 별 쓸모가 없다고 하여 마구잡이로 벌목되고 있다.
꿀벌의 폐사도 아까시나무의 감소와도 관계가 많은 모양이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벌꿀의 70%는 아까시나무에서 채취 되는데 벌목과 산불로 그 임지가 급격히 줄어들어 그 화를 꿀벌이 고스란히 입고 있다.

향긋한 / 아까시 꽃향기가 숲속을 에워 쌀 때 / 이때를 놓칠세라 / 쉼 없는 두 날갯짓 행하니 달려온 / 꿀벌들이다. 찰싹 / 꽃잎에 입맞춤하며 단내 품던 꿀벌들. / 그 부지런함이라니.

공짜 꿀 만들기에 하루해가 짧은 꿀벌, 무슨 대가를 바라랴.  /죄라면 그냥 근면뿐/이다. 오로지 / 수분 일만 하였건만 / 연쇄 실종이 무슨 말. / 고깝다 양심도 없는 인간들의 소행머리 / 다. 인간의 소행머리, 벌에게 부끄럽지 않으리오./ ‘죄라면 그냥 근면뿐’ 이란 표현이 신선하다. 인간의 탐욕과 이기심으로 인한 치명적 환경오염이다. / 들마다 뿜어 대는 농약에 골병들고 / 사경을 헤맨 지 오래 / 지구촌 곳곳에서 심상찮은 기후변화에 / 어찌 견디리오. / 처량한 울음소리는 공도동망 경고음 / 이란다. 공도동망은 같이 쓰러져 함께 망한다는 말인데 기미독립선언서에도 나오는 말이다.

김영랑 시인은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가고 말아’라고 하더니만 시인은 ‘꿀벌이 죽고 말면 그뿐, 인간도 끝장이다’라는 경고음을 전하고 있다.
 이 종장으로 해서 오싹 한기를 느낀다. 그 한기로 해서 열대야가 무색하다.
                                     - 능곡 시조교실 제공

 

거제타임라인 webmaster@gjtlin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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