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산손삼석)거제연초면출신/(전)거제시청문화공보과장/(현)청마기념사업회감사/눌산시창작교실수료
월요일 아침을 여는 시 (89)
뻐꾸기 시계
현산 손 삼 석
하루를 조각낸 시간들이
박쥐처럼 매달린 아라비아의 성
무너지는 순간들을 부리로 꿰어가며
스물 네번의 피울음으로
일상의 톱니바퀴를 돌려야 하는
첨탑에 갇힌 새 한 마리
꿈처럼 자라던 깃털은 퇴화되고
날개를 펼쳐볼 수도 없는 공간
노예선 같은 뱃길이 끝나고
닳은 부리와 뭉개진 발톱
끝내 지쳐 쉬어버린 목소리로
창고의 먼지를 이불 삼아 우는 밤
부스러진 창문 틈 햇살 눈부실 때
가려운 겨드랑이로 돋아나는 깃털
날개 짓을 펼치려는 작은 새의 노래
뻐꾹! 뻐꾹!
(감상)
윤일광교수 |
시는 은유와 상징이라는 시적 기법을 상상력에 의해 만들어낸 산물이다. 뻐꾸기시계를 아라비아 성(城)으로, 시간을 알리는 뻐꾸기소리를 피울음으로 등등 이 시는 많은 은유와 상징으로 처리되어 있어 매우 시적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특히 이 뻐꾸기는 ‘첨탑에 갇힌 새’가 되어 ‘꿈처럼 자라던 깃털은 퇴화되고 (…) 닳은 부리와 뭉개진 발톱 / 끝내 지쳐 쉬어버린 목소리로 / 창고의 먼지를 이불 삼아 우는’ 고독과 절망 속에서 하루 ‘스물 네 번의 피울음으로 / 일상의 톱니바퀴를 돌려야 하는’ 시적화자의 생활을 은유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시를 읽으면서 독자가 미소를 지을 수 있는 것은 ‘가려운 겨드랑이로 돋아나는 깃털’이라는 표현이 시적화자의 꿈과 희망을 대변하고 있기 때문이다.(눌산시창작교실)
서정윤 기자 gjtline09@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