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정철) 거제오수교회 장로 / 눌산 문예창작교실 수강
월요일 아침을 여는 시 (48)
'병원 창가에서'
박 정 철
백병원 5층 222호실
지팡이에 의지하여 창가에 선다
조용한 산 속에서 바람이 몰려온다
창문이 그려놓은 풍경
비온 후 맹죽은 하늘 높이를 가늠하고
아침 이슬 흠뻑 머금은
미루나무는
아침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창가에 산비둘기
짝지를 기다리는데
새도록 울던 뻐꾸기 소리 뚝 끊어지고
간밤에 내린 이슬비가 돌담 벽에
묵화를 걸어놓고 갔다
눌산 윤일광 교수 |
(감상)
지금 시인은 병원 창가에서 바깥을 내다보고 있다. 이미지가 선명하게 그려지는 풍경이다. 시에는 리듬중심, 이미지중심, 의미중심의 시로 나눌 수 있다. 공자는 논어에서 ‘시(詩)로 시작하여, 예(禮)로 서고, 악(樂)으로 완성한다’고 했다. 사람의 감정을 호소하는 데는 음악만큼 좋은 것이 없다. 이 악(樂)이 시에 있어 리듬이다. 모더니즘 시의 특징 중 하나는 이미지즘(회화성)이다. 그런데 현대시에 와서는 ‘의미중심의 시’가 강조되면서 난해한 시를 난발하고, 또 그런 시가 수준 높은 시처럼 여기는 잘못된 인식 때문에 독자를 잃고 만다. 시인과 독자는 유리되고 시는 시로서만 존재하게 된다. 이 시의 마지막 부분 ‘간밤에 내린 이슬비가 돌담벽에 / 묵화를 걸어 놓고 갔다’라는 표현 하나만으로도 시는 살아 꿈틀거린다. {눌산 윤일광 문예창작교실 제공)
박춘광 기자 gjtlin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