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거제시조選 - 233」
감나무숲 토론회
이 덕 재
저녁이면 참새들이
떼지어 모여들어
세상사 논하는 듯
난상 토론 벌어진다
무더위
식히는 향연
선량보다 낫구나.
▲이덕재-거제 동부 출생/거제 동부면 구천마을이장/동부초등학교 운영위원장/2017 현대시조 등단/한국문협 회원/거제시조문학회 회장/능곡시조교실 수강/시조집 '개똥벌레’
《감상》
능곡이성보시조시인 계간현대시조발행인 |
시조 작품 <감나무숲 토론회>는 해질녁에 참새들이 감나무숲에 떼지어 모여들어 재잘되는 광경을 두고 무더위 식히는 향연이라며 이를 단수로 읊은 이덕재 시인의 작품이다.
감나무숲은 참새들의 놀이터다. 그것도 저녁이니 인적은 없고 바람만 오간다. / 저녁이면 참새들이 떼지어 모여들어 / 시끌벅적하다. 종종걸음으로 노닐면서 짹짹거림이 마치 / 세상사 논하는 듯 / 하다. 그러다 난상 토론까지 벌어진다. 이를 지켜보느라 무더위도 잊었다. 그야말로 향연이다. / 선량보다 낫구나 / 하는 결구에 오싹 한기를 느낀다. 선량이라고 하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실망을 하였으면 참새들의 노니는 광경을 두고 / 선량보다 낫구나 / 하고 탄하고 있으니 말이다. 선량이라는 사람들, 엎드려 표를 구걸하다 당선되고 나면 이내 주인 행세를 한다고 하지 않던가.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고 했는데 지금 우리나라의 모든 길은 돈으로 통한다. 대한민국 사람 모두가 돈벌이에 혈안이 되어 있다. 중학생에게 50억을 줄 테니 감옥에서 10년 살 수 있겠냐고 묻자 절반 이상이 그러겠다고 답했단다. 돈으로 안되는 게 없는 세상이다. 그러니 돈으로 권력을 사고 권력을 사면 또 돈을 긁어모은다. 그러다 재수 없으면 쇠고랑을 차고, 청렴하기가 까치 배 바닥 같다고 소문난 사람도 권력의 맛을 보게 되면 마약 중독과 비슷한 현상이 생긴다. 권력만 쥐면 돈이 절로 생긴다니 그 참 묘하다.
돈은 밝은 눈을 가졌다. 나 같은 무지랭이를 잘도 피해 가는 것을 보면 눈이 밝고 말고다.
무더위 식힌다는 참새들의 향연을 지켜보고 싶구나.
◎ 잘되면 내 탓•3
아동문학의 보급과 아동보호 운동의 선구자인 방정환 선생이 중학교 도덕 시간에 칠판에 사람 인(人)자 여섯 개를 써 놓고(人人人人人人) 무슨 뜻인지 아는 사람이 있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학생들은 칠판만 쳐다보고 있는데 선생께서 “사람아, 사람아, 사람이면 다 사람이더냐 사람다워야 사람이지”라고 풀이를 하셨단다.
미국 대통령 중에도 사람다운 사람이 되고자한 분이 있었다.
미국의 제 20대 대통령 제임스 가필드(James. Garfield)로 1831년 출생해서 1881년까지 살다가 세상을 떠났다.
그에게는 유독 일화(逸話)가 많았다.
그가 초등학교 다닐 때의 이야기다.
어느 날 선생님이 반 학생들에게 질문을 했다.
“너희들이 장차 어른이 되면 하고 싶은 일이 뭐냐?”
아이들이 서로 다투듯이 대답했다.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훌륭한 의사가 되겠습니다.’
‘용감한 장군이 되겠습니다.’
‘유명한 정치가가 되겠습니다.’
모두가 서로 뭐가 되겠다고 아우성을 지르며 야단들이었다.
그런데 유독 가필드만 대답이 없었다. 선생님이 조용히 앉아있는 가필드에게
“가필드, 너는 무엇이 되고 싶니?”
“저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반 친구들이 모두 다 깔깔대며 웃고 있는데 가필드에 대해 잘 알고 있던 선생님은 웃지 않았다. 선생님은 다시 물었다.
“가필드야. 그 말이 무슨 뜻이냐?”
“예, 선생님! 사람다운 사람이 되겠다는 뜻입니다. 사람이 사람답지 못하면 무엇이 되겠습니까? 저는 먼저, 사람다운 사람이 되겠습니다.” 어른스런 이 말에 웃던 아이들 모두가 고개를 숙이고 분위가 숙연해졌다.
가필드는 자신이 말한 사람다운 사람이 되기 위해서 정직하고 성실하게 평생동안 맡은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다. 특히 그리스도인으로서 하나님의 말씀에 따라 순종하며 신실한 삶을 살고자 평생을 노력했고 그에게는 몇 가지 좌우명이 있었다.
- 약속은 적게 하고 진실만 말하자.
- 남을 비방하거나 나쁜 쪽 생각을 말자.
- 비밀은 내 것이나 남의 것이나 지키자.
- 내 행동에 책임을 지고 남의 탓으로 돌리지 말자.
- 잠들기 전에 기도하고 반성의 시간을 갖자.
가필드는 대통령이 된 뒤에도 평생 위와 같은 좌우명을 지키면서 사람다운 사람이 되고자 부단한 노력을 했다고 한다.
1881년 10월 2일 윌리엄스 대학교 모교 동창회에 참석하기 위해 워싱턴의 볼티모어 포토맥 철도역에서 기차를 기다리던 가필드 대통령은 39세의 찰스 기토(Charles Guiteau)가 쏜 두 발의 총탄을 맞고 사망하게 된다.
암살범 기토는 재판에서 가필드 대통령이 자신을 파리 주재 미국 공사(公使)로 임명해 주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진술했다.
가필드의 신념과 같이 사람다운 사람으로 살아가는 사람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위선과 거짓으로 사람이기를 포기한 사람이 들끓는 세상이다.
가마귀 검다 하고 백로야 웃지 마라
겉이 검은 들 속조차 검을 소냐
겉 희고 속 검은 것은 너뿐인가 하노라.
「병가(甁歌)」에 나오는 무명씨의 작품이다.
/ 가마귀 검다 하고 백로야 웃지 마라 / 가마귀는 애당초 겉이 검은 것이지만 백로야 너는 왜 겉이 희면서 속은 검기만 하느냐. 겉 희고 속 검은 이는 바로 너 아니더냐.
겉 희고 속 검은 이가 어느 세상에나 많이 있는 모양이다.
인문학은 인간의 깨달음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인문학은 인간의 존재에 대해 궁리하고, 인간을 둘러싼 대상들과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에 대해 탐구하는 학문이다.
인문학이 필요하다는 외침에 귀 기울여야 하는 때가 지금이 아닌가 한다.
(이후 다음 주에 계속)
- 능곡시조교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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