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주근:아호 자목/ 시인.수필가/신한기업(주)대표
살아가면서 희비가 엇갈린다. 누구나 아침에는 기분 좋게 출발한다. 아침 밥상은 가족끼리 행복을 나누면서 식사를 한다. 집을 나서면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른다. 새벽 미명에 일어나서 하루 계획을 세운다. 그러나 계획대로 진행을 한다면 금상첨화(錦上添花)다. 아침 6시가 지나면 지인으로 부터 핸드폰에 문자 인사가 매일 수십 통 온다. 미소를 띄면서 답을 한다. 기분이 좋아진다. 행복한 순간이다. 하루를 살아가면서 좋은 일과 생각하지도 않는 일들이 발생한다. 잘난 사람에게 시간을 더 주는 것도 아니고, 못난 사람에게 시간을 짧게 주는 것도 아니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는 시간이다.고인이 되신 어머니께서 늘 하시는 말씀이 하루를 살다보면 "소도 보고, 매도 본다."고 하셨다. 즉, 좋은 일도 생기고, 안 좋은 일도 생긴다는 뜻이다. 그래서 어머니는 "서두르지 말고, 차근차근 생각하면서 행동해라." 라고 말씀하셨다.그러나 말대로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사람들은 성격이 다양하다. 불같은 사람도 있고, 찬찬한 사람도 있다. 사람들이 모여서 일을 하다 보면 어떤 사람은 빨리 마무리 하는 사람이 있고, 어떤 사람은 아직도 진행 중인 사람도 있다. 빨리 마무리한 사람은 다음 공정을 사전에 준비를 하지만, 느린 사람은 야무지고 정확하게 일을 한다. 성격의 차이다.사람도 차이가 있듯이 거제도 안에서 날씨도 차이가 있다. 필자는 일운면에 살고 있다. 엊그제 일어난 일이다. 일기예보에 비 소식이 없었다. 깨를 수확해서 고무 대야에 담아서 햇볕에 말렸다. 오전 10시경 동부면에 갔다. 갑자기 구름이 끼고 비가 내린다. 깨를 말려둔 생각이 나서 차를 운전하고 일운면으로 가고 있었다. 구천 땜을 지나서 구천 삼거리(세 갈래로 나누어진 길)쯤에서 비가 한 방울씩 내렸다. 걱정반, 안심반이다. 일운면 밤골재를 넘어서니 흰 구름과 햇빛이 났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왜냐하면, 깨를 수확하여 잎은 제거하고, 적당한 크기로 다발을 만든다. 천막을 펼치고, 깨 다발을 천막 위에 가지런히 놓기도 하고, 담 벽을 이용하여 새우기도 한다. 손에 잡을 수 있도록 나무를 구입하여 적당한 크기로 방망이를 만든다. 햇볕에 몇 번이고 말리면서 털어서 고무대야에 수시로 담는다, 특히, 해가지기 전에 깨를 덮어놓아야 한다. 밤에 이슬이 내리기 때문이다. 그 과정은 많은 정성이 들어가야 한다.
깨를 담은 고무 대야에 빗물이 고이면 깨는 썩어서 버려야 하기 때문이다. 날씨가 참 신기하기도 하고, 아이러니하기도 하다. 햇볕이 났지만, 언제 비가 올지 마음이 불안해서 깨를 담은 대야를 창고에 넣고 다시 동부면으로 갔다. 구천 땜 입구에는 비가 계속 내리고 있었다. 도깨비에 홀린 느낌이다.동부면과 일운면의 경계선은 붙어있다.
생각하면 할수록 수수께끼다. 날씨도 변덕쟁이 이다.‘농사는 하늘이 결정한다.’는 말이 생각난다. 지난해에는 가뭄으로 깨 농사가 풍년이었다. 깨를 수확 할 때까지 태풍도 없었다. 올해는 7월 장마가 한 달 동안 지속적이었다. 비가 엄청나게 많이왔다. 전국에 비로 인해 수해 지역이 많이 발생했다. 안타깝게도 인명피해와 재난 피해가 속출했다. 농경지는 말문이 막힐 정도로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특히, 깨 농사는 비가 많이 내려서 흉년이다.필자는 깨를 늦게 심어서 적지만 수확의 기쁨을 느꼈다. 깨를 늦게 파종을 했다는 것은 게으름을 피웠다는 증거다. '게으른 농부가 황혼에 바쁘게 일한다.'는 속담도 있다. 때로는 게으른 농부에게 행운이 찾아오기도 한다. 늦게 일하다 보면, 하늘에서 비가 내린다. 논두렁에 물 막음을 해서 득(得)이 생기기도 한다. 농부의 마음은 보람을 느낄 것이다.예수님은 포도원 품꾼을 비유하면서 '이와 같이 나중 된자로서 먼저 되고 먼저 된자로서 나중 되리라'(마태복음 20:16) 기록하고 있다. 포도원 주인은 포도를 수확해야 하는 절박한 심정이다. 아침부터 시작하여 일을 마치는 한 시간 전까지 시간별로 품꾼을 찾아 포도원에 일하게 했다. 일을 마치고 나서 포도원 주인은 한 시간 전에 일한 사람부터 품삯을 주었다. 아침 일찍부터 일한 사람은 품삯을 많이 받을 것으로 생각하면서 기대에 부풀었다. 그러나 한 시간 전에 일한 품삯과 똑같이 주었다. 아침 일찍 일한 사람은 포도원 주인에게 항의를 했지만, 주인은 '한 데나리온' 을 주기로 약속을 했다고 하면서, 선한 사람을 악하게 하느냐고 반문했다. 즉, 나중에 온 품꾼은 주인에게 고마워하면서 다른 사람들보다 더 열심히 일을 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어르신들이 하시는 말씀은 사람의 마음은 하루에 12번도 바뀐다고 들었다. 하루 24시간 중에 활동하는 시간이 약 12시간 이라면, 12번 마음이 바뀐다는 뜻이다. 긍정적인 변화가 있어야 발전이 있다. 그러나 날씨의 변화는 순간적이기 때문에 알쏭달쏭하다. 일기예보에 민감하면서 마음의 준비를 하여야한다. 비와 깨에 대한 연관성(聯關性)을 경험하면서, 또 다른 느낌으로 내공(內工)을 쌓아간다.(2023. 9.15.)
거제타임라인 webmaster@gjtlin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