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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거제시조選-169」심옥배- '찔레꽃 부음'

기사승인 2023.06.12  07:4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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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옥배:(사)한자녀더갖기지부장/<한국수필>/'21년<현대시조>등단/경남수필문학회감사/거제수필/거제문협사무국장/경남문협/국제펜.경남펜문학회원/거제시조회원/능곡시조교실수강

  「금요거제시조選-169」         
     찔레꽃 부음

 

 

 




    
     심  옥  배


따사론 햇살 가득 오월이 한창인데
하얗게 떨어지는 찔레의 꽃잎처럼
아프게 세상을 등진 친구의 부음이다.

거제도 사는 내가 무척이나 그립다고
감자와 찰옥수수 해마다 보내주던
그 택배 끊어진 줄을 이제서야 알았다.

조등이 걸려있는 그 골목 그 옛집에
마지막 친구 이름 차마도 못 부른채
흩어진 찔레꽃처럼 무너지고 말았다.

 ◎파립(破笠)과 또돈안골사모
 돈을 두고 아도물(阿賭物)이라고도 한다. 언덕(阿)에 앉아 내기(賭)를 해서 아도물이라 했는지 모를 일이다. 「너 같은 것을 버리는 데엔 아무런 미련도 없다는 듯이 넘노는 물결 위에다 휙 내어 뿌렸다. 세찬 바닷바람에 채여 지전(紙錢)은 바람결 따라 공중으로 올라가 팔랑팔랑 허공에서 재주를 넘어가며 산산이 헤어져 멀리 가깝게 하나씩 물 위에 떨어져서는 넘노는 물결 좇아 잠겼다 떳다 솟구박질을 한다.」 가난할 때는 사랑받다가 돈이 불어나서 학대당하고 쫓겨난 벙어리 아내가 둘째 남편 수동이도 그럴까 봐 땅을 사기 위해 힘겹게 모은 돈뭉치를 잠자는 틈에 몰래 바닷물에 뿌려 버리는 장면으로 계용묵(桂鎔默)의 <白痴 아다다>에 나오는 구절이다.

 돈에 애정을 앗기고 놀란 바보 아내(?)의 짓이지만 한참을 생각하게 하는 얘기다. 돈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이것은 조가비•짐승가죽으로부터 금•은•백동화폐나 지폐에 이르는 발달과정을 거치는 동안 무수히 인간을 괴롭혀 온 것임에는 틀림없을 것이다. G•N•고든의 말대로 현금이라는 알라딘의 등잔(소원을 이루어주는 마법의 등잔) 앞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유혈이 낭자한 모습으로 엎드렸을까. 
이바구아지매 옥명숙 시인이 첫 시집 「거제대로 북스 가는 길」을 상재했다. 이 시집에 <또돈안골사모>라 題한 시가 실려있다.

   또돈안골사모를 아세요
   혹 들어는 보셨나요
   거제도에서도 동부면 케이블카 타러 가는 길
   아담하고도 예쁜 동부저수지의
   거제자연예술랜드를 가 보셨나요

   돌과 돌의 천지
   난과 바위 식물들의 천지
   돌과 난을 등신불인양 이고 지고
   평생을 버텨 온
   능곡선생을 만나 보셨나요

   이제
   자연예술랜드의 미니 장가계에는
   화(花) 피고 조(鳥)도 울겠네요
   챙 없는 베레모 허영만처럼 쓰고 있는
   능곡선생을 행여 만나시더라도
   또 돈 안 되는 일만 골라서 하는 사람들의 모임에는
   가입하지 마세요
                 옥명숙, ‘또돈안골사모’, 전문

 돈이 안되는 일만 골라하는 사람이 있을까만 어쩌다 보니 그런 꼴이 되었다. 그 결과 돈에 궁한 것은 정한 이치다. 그러나 어쩌랴, 팔자요 운영이려니 하고 받아 들일 수 밖에.다 떨어진 갓(破笠)이 유일한 재산인 사람이 있었다. 
 정민수(鄭民秀, 1769~1828)는 조선 정조(正祖) 때 사람이었는데 어릴 때 아버지를 여의고 홀어머니 밑에서 가난하게 살았다. 어찌나 가난했던지 한쪽 발에는 나막신을 신고, 한쪽 발에는 짚신짝을 꿰고 다녔다. 매일 시장을 다니며 죽을 사다 어머니를 공양했다.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자 3년 동안 초하루와 보름에 제수를 마련하여 삼배호곡(三拜呼哭)을 하였는데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하루도 빠진 적이 없었다. 일찍이 의학 공부를 하였으나 신통치 않아서 그만두고 詩 짓기를 좋아했다. 마흔다섯 살에야 장가를 들었는데 여전히 가난했다. 할 수 없이 아내를 데리고 궁벽한 산속으로 들어갔다. 마침 흉년이 들어 사방에 도둑이 들끓었다. 어느 날 밤 십여 명의 도둑이 몽둥이를 들고 그의 집을 습격했다. 사립문을 발길로 차며 문을 열라 하니 집주인 정민수는 울타리 사이로 단장(短杖)을 내밀며 말하기를 “너희만 몽둥이가 있는 줄 아느냐? 나도 이러한 몽둥이를 가지고 있다.” 하니 도둑들은 허허 웃었다. 민수도 따라서 허허 웃으며 문을 열고 들어오라 하며 말하기를 “무엇이건 가져갈 것이 있거던 마음대로 가져가라” 하고 횃불을 켜 들고 앞서서 인도했다. 도둑들이 집안을 샅샅이 뒤져 보니 실 짜는 물레와 서책 몇 질 뿐이었다. 도둑들이 어이가 없어 오늘 밤은 재수가 없어 헛수고를 했다며 돌아가는데 그중 하나가 민수의 다 떨어진 갓 하나를 주워 쓰고 나갔다. 이에 민수가 뒤쫓아 가며 말하기를 “떨어진 갓이 아까운 것이 아니라, 그것이 없으면 점잖은 사람이 제사를 어떻게 모시며 손님을 대할 때 어떻게 하란 말이냐? 그것이 나의 유일한 재산이니 그것만 두고 가라”고 애원을 했다. 도둑이 허허 웃으며 갓을 벗어 던지고 나갔다. 비록 내가 또돈안골사모 회장이긴 하나 정민수에 비하면 만석꾼이다. 암! 그렇고말고.
(이후 다음 주에 계속)

《감상》

능곡 이성보 시인/게간현대시조발행인

 시조 작품 <찔레꽃 부음>은 친구의 부음을 받고 조등 걸린 친구 집을 찾은 암울한 심정을 3수 연작으로 읊은 심옥배 시인의 작품이다. 감상에 앞서 ‘시작 노트’를 옮겨 본다.
“친구의 부음을 받고 먹먹한 가슴이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습니다. 섬에 사는 내가 그립다고 한번 오겠다던 친구가 갑작스럽게 찾아온 병마를 이기지 못하고 먼 길을 떠났습니다. 찔레꽃처럼 환한 미소가 눈에 선한데, 그러고 보니 해마다 친구가 보내온 찰옥수수와 감자가 두 해 넘게 오지 않았습니다. 안부도 늘 먼저 걸어온 친구에게 저는 이제야 조등 걸린 옛집 그대로 살아온 친구 집에 들어섭니다. 환하게 웃는 친구의 영정 앞에 삶의 회한을 느껴봅니다.”

박재삼 시인의 시 “친구여 너는 가고”에서 ‘친구여 너는 가고 / 너를 이 세상에서 볼 수 없는 대신 / 그 그리움 만한 중량의 무엇인가가 되어 이승에 보태지는가. / 나뭇잎이 진 자리에는 마치 그 잎사귀의 중량만큼 바람이 가지 끝에 와 머무누나.(하략)’ 하고 탄했다. 이승에 남아 있는 사람의 가슴속엔 그리움의 중량이 담기게 된다. 삶에 대한 허무 의식과 회한이 가슴을 저리게 한다.

 친구의 죽음을 두고는 백아절현(伯牙絶絃)이 떠오른다. 나이가 들수록 친구의 죽음은 때로는 백아절현의 슬픔과 절망감을 안겨주기도 한다. 백아는 거문고의 탄수요 종자기는 청수였다. 백아가 거문고를 탈 때 그 뜻이 높은 산이면 종자기는 태산 같다 했고, 그 뜻이 흐르는 물에 있으면 강물과 같다고 했다. 백아가 뜻하는 바를 종자기는 다 알아맞혔다. 종자기가 죽자 더 이상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이 없다고 말하곤 거문고를 부수고 줄을 끊고 종신토록 연주하지 않았다. 열자 탕문편에 나오는 이 이야기는 ‘백아절현’의 유래이고 ’서로 마음을 알아주는 막역한 친구‘를 뜻하는 ‘知音’도 유래했다.
 따사로운 햇살 아래 담장에 걸터앉은 찔레꽃은 여린 숨결이었으니, 친구의 부음은 가시로 가슴을 찌르는 아픔이었다. 섬에 사는 내가 무척이나 그립다고 한번 오겠다는 친구가 아니던가. 감자와 찰옥수수 해마다 보내주었는데 그 택배 끊어진 줄 이제서야 내 알았으니 그 무심이라니. 쓸쓸히 산을 넘는 저녁노을을 바라본다. 그냥저냥 살겠거니 무던히 바랬는데, 비 개인 담장길 따라 애처로운 들꽃은 어찌그리 피었는지... / 조등이 걸려있는 그 골목 그 옛집은 / 그대로인데 / 마지막 친구 이름 차마도 못 부른 채 / 바람에, 이는 바람에 / 흩어진 찔레꽃처럼 무너지고 말았다. / 아! 그날, 서성이며 재잘대던 새들도 날아가고 돌 틈새에 들고 나는 바람도 생기를 잃고, 들어서기 저어했던 대문엔 한 생애 내다 건 조등 만이 혼자 졸고 있었다.<능곡시조교실 제공>

박춘광 기자 gjtlin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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