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0 시민단체연대협의회 기자회견 성명서
난개발 부추기는 거제시 개발정책의 일대 혁신을 촉구한다!!!
‘개발이 발전’이라는 프레임 벗어나야 거제 미래 있다 -
거제시의 무분별한 도시개발정책으로 거제의 산은 끝없이 파헤쳐지고, 바다는 끊임없이 매립되고 있다. 싼 땅값을 찾아 건물은 산 정상을 향해 치닫고 있고, ‘경제’란 이름하에 도심 인근의 바다는 대규모로 매립될 예정이다.
이런 상태로는 ‘천혜의 자연환경’ ‘청정 거제’ ‘관광 거제’를 입에 올리는 것 자체가 낯부끄러울 지경이다. 돈벌이에 눈이 먼 개발업자들이 득세하고, 이에 발맞춰 ‘개발이 곧 발전’이라는 행정의 인식이 변하지 않는 한 거제의 미래는 암담하다. 산과 바다라는 소중한 미래 자원의 한 축을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산지로 옮겨가는 아파트와 대규모 건설공사, 신중해야 한다.
우리 시의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은지 오래 되었지만, 여전히 신규 아파트 건설허가는 계속되고 있다. 급기야 ‘분양불패’는 사라지고 분양미달과 분양중단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우리에게 다가왔다. 부동산 매매는 얼어붙고 대부분 빚내서 집을 산 서민들은 과잉공급으로 인해 집값이 떨어질까 노심초사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과 얼마 전 시의회에서 시장은 아파트 허가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한 시의원의 시정질문에 ‘별 문제없다’는 투의 답변으로 일관했다. 아직도 현실 인식이 시민들의 감각에 한참 못 미친다.
최근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는 대부분 산지에 지어지고 있다. 평산산업과 현대산업개발이 상문동에 짓고 있는 현대아이파크2, GS건설이 계룡산 꼭대기에 지을 예정인 거제오선파크자이, 옥포동 석천아파트 뒤편에 짓고 있는 옥포 자이온, 국도대체우회도로 옆 계룡산에 짓고 있는 벽산e솔렌스힐 4차 아파트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아파트 공사는 산을 대규모로 깎아 내는 것은 물론, 발파소음과 대형트럭 운행 등으로 끊임없는 민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무분별한 도심 확장을 막고, 그나마 쾌적한 주거환경을 제공해 주던 인근의 산지는 거대한 인공구조물로 대체되고 있다.
아파트 뿐 만이 아니다. 지역 현안으로 떠오른 대우초등학교 옆 교회신축 공사와 문동 일대 개인주택 단지 또한 산림훼손으로 자연경관은 파괴되고 이를 지켜보는 시민들은 안타까움을 넘어 분노에 휩싸여 있다.
시에서 추진 중인 소위 ‘행정타운’ 역시 옥포고개 산지를 대규모로 깎아 내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수년간 계속될 발파와 암석파쇄로 인한 소음, 이를 실어 나를 대형트럭으로 인한 민원은 충분히 예상되고도 남는다.
학동케이블카는 거제에서도 녹지등급이 가장 우수하다고 알려진 노자산 일대에 건립될 예정이다. 녹지등급 8등급을 피하기 위해 삭도가 일직선이 되지 못하고 꺾이도록 설계됐다. 거제 제1의 관광지인 학동과 해금강으로 향하는 사람들은 수려한 산자락 대신 노자산 능선을 가로지른 거대한 철탑 구조물을 대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럼에도 시는 ‘1천만명 관광시대’를 외치며 이 사업에 공동사업자로 참여해 각종 인허가 절차를 신속히 마무리 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은 이러한 산지개발은 많은 시민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절차상 하자가 없다’거나 ‘사유재산 보호’를 내세워 강행되고 있다. 거기에는 행정에서 말하는 ‘경제활성화’와 ‘30만 도시’라는 장밋빛 환상이 덧씌워져 있다.
무분별한 산지훼손을 동반한 개발사업의 이면에는 도시계획을 총괄하고 개발을 적정수준으로 유지시켜야 할 책임이 있는 거제시 행정의 무사안일이 도사리고 있다. 한편으로는 방치수준을 넘어 이를 부추기는 측면이 강하다.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거제시의 개발정책에서 산지가 갖고 있는 환경적 가치, 인간에게 제공하는 인문학적, 감성적 가치는 철저히 배제되고 있다는 점이다. 거제시가 보여주고 있는 것은 산지는 보호의 대상이고 최소한의 개발에 그쳐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단지 미개발된, 풍부하게 남아 있는 값싼 개발대상지라는 인식뿐이다.
산지뿐만 아니라 무분별한 대규모 연안매립도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10만 시민이 밀집해 사는 고현지역의 시민들에게 그나마 물리적, 심리적 휴식처를 제공해 주던 고현만은 이제 그 바다 물결의 끝을 만나기 어려울 만큼 대규모로 매립될 운명에 처했다.
시민들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는 자연녹지와 공원을 만들 만큼만, 노후화된 항만을 개선할 만큼만 매립하고 친수공간을 늘려 나가도 될 일을 거대한 아파트단지와 상업지를 묶어 개발계획을 진행하고 있다.
‘국가산단’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는 사곡만의 1백만평이 넘는 매립계획에는 잃어버리는 바다와 자연의 가치에 대한 안타까움도 없다. 10여만 명의 시민이 자동차로 10분이면 족히 닿을 수 있는 아름다운 모래사장과 갯벌은 오로지 공장 유치와 ‘100년 먹거리’라는 구호 속에 파묻혀 버렸다.
여태껏 시민의 휴식처로 만들겠다고 사곡만에 쏟아 부은 예산이나 친환경 친수공간 개발계획도 폐기처분 된 지 오래다.
해양 부문의 산업전망이 밝지 않고, 대우나 삼성 같은 초일류기업도 참가하기를 꺼릴 정도여서 이 사업의 미래가 염려되는 것이 사실인데도 신중한 접근을 요구하는 시의원의 주장조차도 묵살하고 창피를 안겨주기에 급급하다.
‘말도 벙긋하지 못하게 하는’ 이 같은 행정의 태도는 온 시민을 집단 최면상태로 몰고 가고자 하는 의도에 다름 아니다. 반대 의견이 허용되지 않고, 집단 따돌림만이 공공연한 사회는 열린사회 공공의 적이다.
거제시는 이제부터라도 산지개발과 바다 매립에 있어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행정에 부여된 재량권을 이용한 무분별한 허가남발을 중단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산지개발이나 바다 매립이 가장 손쉬운 방안이 아니라 최후의 수단이어야 하고, 다른 대안을 찾아내는 것이 가장 우선되어야 한다는 인식을 가지도록 정책과 발상의 일대 혁신이 필요하다.
산지개발에 있어 법적으로 정해진 평균경사도를 엄격히 적용해야 하고, 입목축적도 조사가 철저히 이루어지도록 지도해야 한다. 특히 평균경사도 규정을 강화하는 쪽으로 조례개정을 서둘러야 한다.
이번 아주동 소재 대우초등학교 바로 옆의 열방의 교회 신축 공사에서 불거진 허가과정 의혹을 살펴볼 때 이 문제들은 그간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지 사업자가 제출한 거짓 서류라 할지라도 행정이 ‘법에 따라’ 사업자와 외부기관을 믿고 허가해 주면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을 방패막이로 삼아 책임을 회피하는 이러한 관행을 깨고 적극적인 행정조치를 단행해야 한다. 관행을 혁신하지 않고 투명 행정, 공정 행정, 책임 행정을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법과 규정대로’ 만을 외친다면 굳이 공무원이 필요 없으며, 그 자리에 관련 법령집만 대신 갖다 놓으면 될 일이다.
철저한 지도 감독 이외에, 시는 20도 이하로 정해져 있는 평균경사도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 몇 년 전 평균경사도 완화 시도로 시민단체의 항의가 잇따를 때, 권민호 거제시장은 오히려 평균경사도 규정을 강화해서 난개발을 막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담당 부서장이 언론기고문을 통해 밝혔다. 현행 20도 규정을 15도까지도 낮출 의향이 있음도 밝혔다.
권 시장의 의지가 거짓이 아니었다면, 지금이라도 도시계획조례 개정을 통해 평균경사도 규정을 강화해 산꼭대기로 올라가는 난개발을 막아내야 한다.
사업구역 내 전체면적을 대상으로 한 평균경사도 적용이 아니라 아예 20도 이상의 개별 산지에 대해서는 개발자체가 불가능하도록 조례를 개정하는 것도 난개발을 막는 하나의 방안이다.
개발정책과 관련된 각종 위원회에 시민참여를 보장하고,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거제시 행정의 개발정책을 정당화시켜 주는 도구는 관련 위원회다. 특히 도시계획위원회와 건축위원회는 그 기능과 역할에 있어 행정의 오류를 바로잡을 수 있는 보루이기도 하다.
하지만 여태껏 시민단체나 양식 있는 시민들의 많은 지적에도 불구하고, 이 위원회에서는 상정된 안건에 대해 ‘원안 통과’아니면 약간의 ‘조건’을 단 통과가 지배적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위원회 위원의 명단은 베일에 싸여 있으며, 위원 면면이 교수나 연구원 같은 소위 ‘전문직’ 일색으로 이루어져 있다. 또한 상당수는 거제시민이 아닌 외부인사로 채워져 있다. 그 때문에 시민의 여론과 일반적인 정서는 정책에 반영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시의 도시계획과 건축행정을 다루는 위원회가 ‘학위’가 있거나 수년간 그 분야에 종사해 온 ‘전문가’들로만 이루어져 있다면 이는 위원회의 역할에 대한 최소한의 인식도 없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시민의 삶과 직결된 이들 정책을 다루는 분야에는 전문가뿐만 아니라 ‘상식 있는 시민’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전문가적인 입장에서 보는 ‘기술적’인 검토도 필요하지만 시민의 입장에서 보는 ‘전반적’인 상식도 반영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배심원제가 사람의 인신구속까지 영향을 미칠 정도임에도 이들 배심원에 법학자나 교수나 변호사와 같은 ‘전문가’들이 아니라 ‘일반 시민’이 포함되는 것은 시민의 상식적인 눈높이와 판단이 가진 긍정적 힘을 믿기 때문이다.
거제시의 위원회도 이와 같아야 한다. 건축과 도시계획 같은 제 아무리 전문적인 내용을 다룬다 해도 그 바탕에는 상식을 가진 시민이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는 대전제가 깔려 있다. 그렇지 않고서는 위원회가 시의 왜곡된 정책결정에 면죄부를 주는 꼴을 면할 수 없다.
아울러 위원 명단을 비롯한 위원회의 결정사항을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 경상남도는 홈페이지를 통해 도시계획위원회 명단과 주요 결정사항을 가급적 빠른 시간 내에 공개하고 있다.
‘공개로 인한 부동산투기나 로비’를 염려해서 공개할 수 없다는 시의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비공개로 하더라도 얼마든지 그 정보를 빼낼 수 있는 사람은 여전히 권력자의 주위에 맴돌고 있고, 오히려 그 때문에 소수에게만 그 정보는 공유되게 마련이다. 이를 이용한 개발이익도 당연이 이들이 독점하게 된다.
이럴 바에야 차라리 사생활과 개인정보를 제외한 공익적 내용은 전면 공개하는 것이 백번 나은 방향이다. 그래야 많은 눈이 이를 지켜보게 되고, 혹시라도 있을 수 있는 부당한 정보 거래로 인한 무분별한 난개발을 막을 수 있다. 밝은 햇볕 아래서 곰팡이가 피어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시민단체는 난개발을 억제하고자 하는 시의 조치에 적극 협력하고 지지할 것이다.
우리 거제시민단체연대협의회는 오늘 우리 거제의 산과 바다가 난개발로 인한 최대의 위기에 처해 있다고 판단한다. 또한 이 난개발이 이 정도에서 그칠 것이라고 결코 예상할 수 없다. 오히려 돈벌이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개발업자들은 더 활개치고 행정은 이를 뒷받침 한다는 인상을 끊임없이 심어주게 될 것이다.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도시, 말마따나 ‘청정도시 거제’를 진심으로 생각한다면 이제부터라도 난개발로 신음하고 있는 거제의 산과 바다를 지켜야 한다. 우리는 그 출발이 행정의 일대 인식전환과 관행의 철폐, 규정의 강화, 시민의 참여를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디 우리 거제시가 100년 대계를 내다보는 현명한 시각을 갖기를 진심으로 촉구한다. 거제시 행정당국이 그렇게 인식을 전환해 나간다면 우리 시민단체는 거제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행정과 긍정적인 자세로 협력해 나갈 의사가 있음을 분명히 밝힌다.
2015. 9. 10.
거제시민단체연대협의회
(거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 거제농민회, 거제여성회, 거제YMCA, 거제YWCA, 거제개혁시민연대, 민족예술인총연합(민예총) 거제지부, (사)좋은벗, 참교육학부모회 거제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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