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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거제시조選-142」이덕재 -'배추쌈'

기사승인 2022.12.01  21:4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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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덕재/거제동부출생/동부구천마을이장/2017현대시조등단/한국문협회원/거제문협감사/거제시조문학회 회장/능곡시조교실수강/시조집'개똥벌레’

   「금요거제시조選 - 142」
          배추쌈 











      이   덕   재

쌈 싸는 아내를 보며 아버님을 그려본다
속 꽉찬 배춧잎과 언덕배기 은행나무
한 점 흠 잡을 수 없는 풍성한 계절의 품.

쌈 즐기신 시아버지를 빼닮은 맏며느리
큼직한 배추쌈이 아삭대는 소리 따라
식욕이 되살아나며 옛 기억도 꿈틀댄다.

날 잡아 냇가에서 군밥하던 스무살 적
통배추 한 포기면 얘기꽃 만발하던
휘영청 달 밝은 밤을 그려보는 점심시간.

◎이현보(李賢輔)와 이정보(李鼎輔)∙2  
 피부에 와 닿는 공기가 솜털같이 가볍다. 가을이 깊어진 것이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니 한결 더 높고 푸르러졌다. 늦가을에서 초겨울로 접어드는 어름의 짙푸른 하늘빛은 참으로 곱다. 거기다 노랗게 물던 은행잎이며 황국은 가을을 한층 풍요롭게 한다. 만추에 떠오르는 고시조가 있다.

     국화야 너는 어이 삼월동풍 다 보내고
     낙목한천(落木寒天)에 네 홀로 피었느냐
     아마도 오상고절(傲霜孤節)은 너뿐인가 하노라.

 국화야 너는 어찌하여 봄바람 다 보내고 잎 지고 하늘은 찬 계절에 너만 홀로 피었느냐. 아마도 차가운 서리에도 굴하지 않는 높은 절개는 너뿐인가 하노라. 지조 있는 삶에 대한 작자의 신념과 결의를 표현하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 시조를 지은이는 이정보(李鼎輔, 1693-1766)다. 호는 삼주(三洲)인 이정보는 문집은 전하지 않으나 78수의 시조를 남겼다. 양적으로는 고시조 작가 중 선두 계열에 속한다 하겠다. 특히 그는 양반들의 전유물이던 시조를 평민들까지 즐기게 한 공이 크다. 
이정보는 35년 동안 조정에서 대제학, 이조∙예조판서 등 요직을 두루 거치는 동안 붕당(朋黨) 싸움을 없이 할 탕평(蕩平)에 부심한 사람이다. 그는 영조에게 올린 상소문에서 “옛날에 사당(四黨)이던 것이 지금에 구당(九黨)이 되어 조정이 붕당을 없이하고자 하되 도리어 당이 늘었다.”고 개탄하고, 붕당에 물들지 않은 산림(山林)의 현사(賢士)를 고관에 기용하여 유림(儒林)을 떨쳐야 한다고 주장했고, 그가 전관(銓官)인 이조판서가 되어서는 그 주장을 단행하니 온 나라가 깜짝 놀랐다.

    강호에 노는 고기 즐긴다 부러 마라
    어부(漁父) 돌아간 후 엿느니 백구로다
    종일을 뜨락 잠기락 한가한 때 없도다.

“강호에서 노는 물고기를 보고 즐겁게 지낸다고 부러워 말아라/고기잡이의 그물과 낚시에 쫓기다가 어부가 돌아가자 인제 살았구나 한숨 돌릴 틈도 주지 않고 또다시 해오라기가 엿보니/종일토록 위험을 피해 떴다 잠겼다 한가한 겨를이 없구나.” 하는 내용으로 보아 비록 물고기를 소재로 삼기는 했으나 조한(釣閒)을 즐긴다거나 하는 생활의 여유를 읊은 노래가 아니라 어떤 우의(寓意)를 함축하고 있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다. 그의 이력을 참작한다면 강호는 이른바 환해(宦海)로서 벼슬살이의 세계를 비유한 것이요, 따라서 물고기는 벼슬아치, 어부와 백구는 다 벼슬자리를 탈취하려고 노리는 붕당을 뜻하는 것이 된다.
 남 보기에는 영화롭고 편안한 것 같은 환로(宦路)의 위태롭고 불안한 생태를 풍자한 것이다. 그는 만년에 벼슬을 떠나 유유자적의 한일월을 보내면서 많은 한시문(漢詩文)을 남겼고 글씨도 일가를 이루었다. 그의 시조는 우의적, 암유적(暗喩的)인 것 외에 소박하고 풍류적인 일면도 있었다.
 
   옷 벗어 아희 주어 술집에 볼모하고
    청천(靑天)을 우러러 달더러 물은 말이
    어즈버 천고 이백 (李白)이 날과 어떠하더뇨.
 
술 생각이 간절한데 수중에 돈이 없다. 그래서 시동에게 옷을 벗어주고 저당 잡혀 술을 구해오게 하였다. 천고(千古)의 주선(酒仙)이라하는 이태백과 나를 비교하면 누구의 풍류가 더 나은가 하고 달에게 물어본다는 것이다. 대답이야 들으나 마나 풍류로야 이백보다 자기가 낫다고 자부하고 있는 것이다. 관복을 떨쳐입고 조정에 서면 풍도가 당당하여 만인을 위압하던 삼주(三洲) 대감, 소신과 경륜 앞에서 한 발짝의 양보도 없던 강직하기 대쪽 같은 노 정승이 한번 백의(白衣)로 갈아입으면 그대로 한 촌부가 되어 버리는 이정보의 처신에서 우리는 선인들의 지혜로운 삶을 발견하고 가슴을 울리는 뿌듯함을 느낀다. 만추지절에 2회에 걸쳐 농암(聾巖) 李賢輔와 삼주(三洲) 李鼎輔의 시조를 살펴보았다. 뒷날 누군가가 ‘李性輔’란 이름을 들먹이기나 할련지, 생각만하여도 오싹 한기를 느낀다.<이후 다음 주에 계속>-능곡 시조교실 제공

《감상》 

현대시조발발행인 능곡이성보

시조 작품<배추쌈>은 풍성한 계절에 쌈 즐기신 시아버지를 쏙 빼닮은 맏며느리인 아내의 쌈 싸는 모습을 보며 꿈틀대는 옛 기억들을 3수 연작으로 읊은 서정 시조로 이덕재 시인의 작품이다.

감상에 앞서 시인의 ‘시작 노트’를 옮겨 본다.
“아버지께서는 쌈을 무척 좋아하셨다. 들일 할 때 어머니의 점심 대야에는 언제나 쌈 거리가 있었다. 노란 배춧잎일 때가 많았다. 개울물에 손을 씻으시고는 주먹만 하게 쌈을 싸시던 아버지. 아내의 쌈 솜씨도 예사가 아니다. 맛나게 먹는 모습에 나도 가끔 쌈을 싸기도 한다. 내다보이는 은행나무와 밥상 위의 배춧잎을 보며 가을을 느낀다. 스무 살 무렵 친구들과 냇가에서 군밥 해 먹던 일을 떠올린다. 냄비와 쌈장에 낮에 봐두었던 배추 한 포기로 가능했던 군밥. 휘영청 달은 밝았고 냇물 소리가 정겨웠다. 점심을 먹다 말고 지그시 눈 감고 그려본 날들.”

 중국 송(宋)나라 때 소강절(邵康節)이란 학자가 지은 「청야음(淸夜吟)」 이라는 시가 있다. 청야음은 ‘맑은 어느날 저녁 혼자 읊조린다’는 뜻이다.
   
월도천심처, 풍래수면시
   (月到天心處, 風來水面時)
   일반청의미, 요득소인지
   (一般淸意味, 料得少人知)

 달은 하늘 깊은 곳에 이르러 새벽을 달리는데,
 바람은 불어와 물 위를 스쳐 가네
 너무나 사소하지만 맑고 의미 있는 것들
 아무리 헤아려 봐도 이를 아는 사람 아주 적네.

 ‘달은 중천에 밝고 물 위에 바람이 살며시 불어오고 그때 느끼는 이 작은 행복, 세상 사람들은 잘 알지 못할 것이다. 이런 뜻이다.’ 아무런 생각 없이 보면 너무나도 평범한 이야기이다. 이 시가 회자 되는 이유는 바로 평범함에 있다. ‘일반청의미(一般淸意味)’는 유명한 구절이다. 풀이하여 보면 ‘일반적인 아주 작고 평범하지만 그 속에서 찾는 맑고 의미 있는 것들’이란 뜻으로 ‘작은 것 속에서 느끼는 행복’의 감성을 정감있게 표현한 것으로 유명하다. 작은 것, 눈에 보이지 않는 것, 소소한 것에서 느끼는 행복이 일반청의미라 하겠다. 시인은 쌈 싸는 아내에게서 소강절이 말 한 ‘아주 작고 평범하지만 그 속에 있는 맑고 의미 있는 것들’을 발견했지 싶다. 그래서 아버님을 그려봤다. / 속 꽉 찬 배춧잎과 언덕배기 은행나무 / 이들은 풍성한 계절의 품이다. 그것도 한점 흠을 잡을 수 없는 너무도 풍성한 것일지니.

 아내의 큼직한 배추쌈이 아삭아삭 소리를 낸다. 쌈 즐기신 시아버지를 쏙 빼닮은 맏며느리인 아내다. 어느새 시인도 식욕이 되살아나는가 했더니 옛 기억도 꿈틀대고 있단다.군밥은 3시 세끼 외에 먹는 밥이다. 휘영청 달이 밝은 밤에 냇가에서 군밥을 즐겼것다. 통배추 한 포기로 애기꽃이 만발하던 스무살적 이었다. 시인의 시에서는 농사꾼의 정이 흐른다. 그 정은 한입 가득 넣는 배추쌈 같은 정일레라. 소소한 것, 한미한 것도 사랑하는 시인, 그래서일까 큰 것과 높은 것과 깊은 것까지도 사랑하나 보다. 시인을 아는 사람들이 그를 미더워하는 이유를 나는 안다. 능곡 시조교실 제공

 

박춘광 기자 gjtlin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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