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정윤)하청출생/아호휘연(徽蓮)/거제대평생교육원수필창작반수료/계룡수필문학회원/수필과비평수필등단/문장21詩신인상/제3회월요문학상수상/거제타임라인기자/눌산문예창작교실수료
월요일 아침을 여는 시 (257)
창틀
휘연 서정윤
낡은 창틀이 탁탁거린다
오래되어 벌어진 틈 사이로
시린 바람이 들어와 잠을 깨운다
틀어지고 내려앉은 늙은 창틀은
갈수록 더 짱짱하게 고집만 세져 힘에 부친데
나무 가시랭이마저 일어나 고양이 발톱처럼 날을 세워서
여린 살결 속을 헤집고 든다
한가위 달빛은
유리창을 투과하여 포근하게 비추는데
노모의 마른기침 소리
거실로 새어 나온다
갓 시집왔을 때
유연하고 반질하게 길을 내던 창문은
어느새 낡아 바람이 새고
힘센 창틀 같은 고집만 세운 늙은 어머니
기침 소리 날 때마다 기저귀가 젖는다
오래되어 낡아 간다는 것은
창틀과 창문처럼 부딪치며 삐걱거려
무시로 힘이 빠져 새고 들어서
작은 눈물구멍 하나 만들어 두는데
과거의 상흔들이 얼개에 걸려
못 자국처럼 남아서 덜컹거린다
감상)
눌산 윤일광 시인 |
우리의 삶은 ‘창틀’과도 같은 것이다. 세월이 지나면 낡아 덜컹거리며 시린 바람이 들어와 잠을 깨우게 만든다. ‘틀어지고 내려앉은 늙은 창틀’이면서도 ‘고양이 발톱처럼 날을 세우는’ ‘고집 센 늙은 어머니’를 닮았다. 이것이 적어도 이 시의 소재이면서도 비유의 밑바탕이 된다.
시는 은유와 상징으로 빚어놓은 시적화자의 간접화된 정서이다. 독자는 시를 통해 시적화자와 정서를 공유하면서 자신의 삶을 반추하여 시적화자와는 또 다른 자신만의 시의 세계를 창조하여 감동에 이르게 된다. 그래서 시는 시인에게서 출발하여 독자에 이르러 완성된다. 독자도 시인이라는 이론이 여기서 생겨난다.
우리는 휘연 시인의 ‘창틀’을 시인의 체험에서 얻은 ‘창틀’이 아니라 내 경험의 ‘창틀’로 환치되어 자기해석을 하게 되고, 그 해석의 깊이에 따라 감동의 깊이도 달라진다. 그래서 시인의 작품은 하나이지만, 그 작품을 읽는 천명의 독자에 의해 천편의 시로 재탄생되는 것이다. 이게 시다. 시인의 시적능력이란 독자의 정신세계를 자극하여 모두가 다른 상상을 할 수 있도록 열어 놓는 힘이다.
‘기침 소리 날 때마다 기저귀가 젖는다’거나 ‘작은 눈물구멍’ 같은 묘사는 시인이 무엇을 생각했던 그것과는 상관없이 독자의 상상에 의해 새로운 의미가 부여되는 것이다. (눌산 윤일광 문예창작교실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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