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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목 김주근]'걸어서...절약한 세월이어라'

기사승인 2022.01.19  09:0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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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목 김주근: 시인/수필가/신한기업(주) 대표

  걸어 다니는 것은 필수(必須)다. 조상들의 이동 수단은 걸어 다니면서 일을 하는 것이
생활화 되어 있었다. 내가 태어난 50년대에도, 60년대에도, 70년대에도 그랬다. 덜컹 버스가 시골길을 약 2시간 간격( '면'지역은 3시간)으로 운행했다. 당시에는 산모퉁이에서 흙먼지가 뭉게구름처럼 하늘로 솟아오르면 버스가 오고 있다는 신호이다. 버스를 타고자 하는 사람들이 신작로 정류장까지 달음박질을 하거나, 잰걸음으로 걸어가는 모습이 선명하게 기억이 난다. 마을 사람들이 버스를 타고 가는 모습을 보면 부럽기도 했다. 간혹 버스가 고장이라도 나면 산모퉁이를 바라보고 버스가 오기를 수시로 시선을 응시한다. 

초조하고, 불안하고, 긴장하는 모습들이다. 버스는 언제 올지 기약도 없다. 기다리다가 지쳐서 할 수 없이 걸어서 목적지까지 가거나, 시간이 늦으면 포기하고, 다음 날로 변경한다. 걸어서 가는 사람은 가는 중간에 배가 고파서 개울에 흐르는 물을 두 손으로 모으고 물을 담아서 마시기도 하고, 세수도 하면서 정신을 새롭게 하고, 다시 걸어간다. 가다보면 해가 지고 일몰이 드리우는 밤이 된다. 캄캄한 밤 힘들게 도착하기도 하지만, 그나마 밝은 달이 비추어 준다면, 그 날은 뜻밖에 귀인을 만난 기분이다. 6,70년대 아주동('옛' 아주리 3구 안골마을, 배골마을)에서 살고 있는 마을 사람들의 생활 방법 중에 겨울철에 생활하는 일화(逸話)를 소개하고 싶다.

나무지게에 톱과 낫을 고정시킨다. 지게를 지고 걸어가면서 지게 작대기를 손에 쥐고 산에 오른다. 장작(長斫)을 만들기 위해 알맞은 소나무를 고른다.  땅에 근접한 위치에 톱으로 나무 밑둥치를 자른다. 잘린 나무는 힘없이 하늘을 안고 땅으로 쓰러진다. 톱과 낫을 사용하여 나뭇가지를 자른다. 나무 밑둥치부터 약 80cm 간격으로 톱으로 표시를 하고, 토막을 낸다. 지게를 세우고, 지게 작대기로 지게를 받친다. 토막 난 나무를 지게가지에 올린다. 끈으로 지게와 나무를 묶는다. 지게를 지고, 지게 작대기에 의지해 한걸음, 한걸음 걸어서 집으로 간다. 힘들면 쉬어가기를 반복한다. 토막 난 나무를 도끼로 반으로 쪼갠다. 쪼갠 나무를 통풍이 잘 되도록 길이에 맞춰서 땅 위에 세 줄로 놓는다, 그 위에 어긋나게 세 줄을 올려놓는다. 번갈아 가면서 쌓아둔다. 햇볕과 바람에 말린다. 말린 장작을 적당한 크기로 묶음을 해 둔다. 묶음을 한 장작을 저녁에 지게에 얹고, 지게 작대기로 받쳐 놓는다.

 달이 밝은 새벽 3시~4시 사이에 일어난다. 장작 다발을 아낙네에게 머리에 똬리를 하고 이게 한다. 남자는 사전에 준비를 해 둔 지게를 지게 작대기에 의지하고 일어서서 지고, 집을 나선다. 동네사람들이 이 골목 저 골목에 나와 서로 만난다. 마을 흙길을 따라 앞 사람만 보고 줄줄이 따라 간다. 걸어서 가다가 배골마을 진입로 입구에서 배골 사람들과 만난다. 장승포까지 2시간 넘게 걸어야 도착을 한다. 장승포 시장 끝자락(지금은 신부시장 동쪽끝부분)과 버스 주차장이 있는 곳까지 간다. 장승포 사람들은 밥을 짓을 때 장작을 땔감으로 선호한다. 그 외에도 여러 곳에 나무를 팔았다. 특히 바다에 정치망을 하는 어장 막(육상가공시설)에서 장작나무와 생선을 교환한다. 집으로 와서 요리를 하여 식솔들과 맛있게 먹기도 했다. 장작 가격은 잘 팔면 150원, 시간이 지나면서 흥정을 하다보면 130원에서 120원, 그리고 팔리지 않을 때는 105원에 팔린다. 150원 받는 날은 보람을 느끼지만, 105원 받는 날에는 힘들게 걸어온 수고를 생각하면 힘이 빠진다. 힘들고 허탈한 마음을 입안에서 마른침을 꿀~꺽 넘기면서 삼킨다. 

그리해도 팔았다는 생각에 위로가 된다. 나무가 팔리지 않으면 외상이라도 달아놓고, 집으로 오기도 한다. 당시에 150원은 작은 돈이라고 할지언정 마을 사람들은 큰돈이다. 장승포 항구에 갈매기들이 하늘을 날면서 '힘내라'고 소리를 친다. 바닷물이 물결치는 모습을 보면서, 파도 소리를 들으면서, 용기를 내어 걸어서 집으로 간다. 세상은 공평하지 않다. 시작은 같은 환경에서 출발하였지만, 결과는 다양한 변화를 준다. 그러나 결과는 영원하지가 않다. 때로는 만족하고, 때로는 서운하고, 때로는 허탈해하면서 살아간다. 그래서 다짐을 하고, 새로운 계획을 세우고, 더 빨리 나무를 팔기 위해 전 날 저녁에 적당한 거리에 옮기는 사람들도 있다. 보이지 않는 지혜이고 경쟁이다.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의 한 단면이다. 살아가는 방법은 다양하다. 나무를 팔고, 점방(店房)에 가서 왕사탕(王沙糖)을 사서 입에 넣고, 집으로 걸어간다. 사탕을 오른쪽 볼에서 왼쪽 볼로 옮기면서 번갈아 녹인다. 빈 지게를 지고 힘들게 걸어왔던 피곤함을 달달한 왕사탕으로 위로를 받고, 보람을 느낀다. 어깨가 아려 와도, 목이 뻐근하게 아파와도 왕사탕 단맛에 기운이 난다. 산골에서 품삯을 모으는 방법은 오로지 장작을 팔아야만 돈이 생긴다. 가정에 사용할 비용은 나무를 팔아도 턱없이 부족하다. 아이들은 자라나고, 씀씀이는 늘어만 간다. 힘들고 수고한 돈이기에 '생명줄' 이다. 자식들 공부시키기 위하여 학용품과 육성회비를 납부하면서, 의식주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다. 

사람들은 열심히 살았다. 순수하고 아름다운 정신을 소유한 사람들이다. 수고한 보람은 절약정신이다.맨몸으로 몇 시간을 걸어가도 힘들다. 그러나 장작을 어깨에 지고, 머리에 이고 걸어가는 과정은 자신과의 싸움이다. 힘든 구비마다 함께 동행 하는 마을 사람들은 서로 위로하는 협동심이고, 공동체이다. 장작은 생계유지를 위하여 필수적인 선택이다. 착실하고 순수한 동네사람들이다. 수고한 만큼 대가를 받는다. 상대를 속이거나 불합리한 이윤을 바라지 않는 사람들이다. 동네사람들은 새벽잠을 깨운다는 것은 부지런한 삶을 살아간다는 증거다. 장작을 팔고 집으로 걸어가면서 이런저런 말을 나누다 보면, 마음의 문을 열고, 신뢰가 두터워진다. 집안에 좋은 일에는 격려를 해 주고, 어려운 사연은 위로를 하고, 일손이 부족하면 서로 도와주면서 '끈끈한 정으로 이어간다.'

  당시에 나무를 베고, 장작을 만들어서 판매를 하는 행위는 불법이었다. 공무원과 경찰이 수시로 단속을 하지만, 마을 사람들과 숨바꼭질을 하듯이 용하게 피하면서 장작을 팔았다. 만약에 발각이라도 된다면 생업에 막대한 어려움을 초래한다. 위험을 안고,‘장작에 목숨’을 걸었다. 필자는 왜 기억을 할까? 태어나서 성장한 고장은 아니다. 다만 사촌 누야(누나)가 안골 동네로 시집을 갔다. 중학교 1학년 겨울방학 중에, 사촌 누야 집에서 며칠을 머물고 있었다. 자형과 누야는 달빛이 드리우는 새벽이면 미리 준비한 장작 다발을 지고, 이고 집을 나섰다. 나는 자형에게 함께 가기를 권유했다. 그래서 장작을 지게에 지고 장승포까지 동행하게 되었다. 몇 십 년의 세월이 지나도, 주마등처럼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겨울이면 안골마을 사람들과 배골마을 사람들은 새벽잠을 깨우는 모습을 보았다. 나무를 지고, 이고 가다가 힘들어 쉬는 시간을 틈타서 마을에서 일어난 사연들을 엿들었다. 서로 돕고, 나누고, 걱정하고, 축하하면서 일손이 필요로 하면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풍토가 옛 부터 이어 오고 있는 마을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장작나무에 담긴 사연이 거제도의 기록으로 남아야한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사진이라도 있다면 귀중한 자료가 될 것이다. 그 당시 '그 분들은 고인(故人)이 되었고, 소수의 사람들만‘경로당 지킴이’로 살아간다.' 자식들은 부모님의 '장작사연'을 기억할 것이다. 필자는 '옛' 모습이 일부분만 남아 있는 안골마을 골목길을 천천히 걸어가면서 담쟁이 넝쿨이 돌담장을 수 십 년을 감고 감은 모습을 바라보면서, 어린 시절 추억을 잠시나마 돌이켜 본다. 대우조선해양에 근무하는 직원들이 아주동에 유입되어 살고 있다. 아파트가 건축되고, 도로가 신설되면서 '옛 마을 모습’은 사라지고 있다. 아쉽지만 그나마 안골마을 일부라도 옛 모습이 남아 있어서 다행이다. "이렇듯 또렷한 추억을 마을 뒷동산아! 너는 알고 있겠지!" (2022.1.20)

박춘광 기자 gjtline1@naver.com

<저작권자 © 거제타임라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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