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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거제시조選-90]김영자-'빈 둥지 증후군'

기사승인 2021.12.03  07: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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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자:인천출생/LS(주)미르상사대표/2021년현대시조등단/능곡시조교실수강/거제시조문학회감사

      「금요거제시조選-90」
     '빈 둥지 증후군'


 









        김 영 자 
골목을 뛰다니는 살가운 햇살같이
우리들 술래잡긴 아직도 남았는데
텅 빈 집 여기저기엔 그림자만 보이네.

연둣빛 시절들은 자꾸만 멀어지고
축제가 끝나버린 객석에 앉은 듯이
지독한 두려움만이 차곡차곡 쌓이네.

초겨울 낙엽인양 생기 잃은 나이인데
정겨운 언어들은 부화되지 못한 채로
차가운 바람이 되어 가슴속을 헤집네.

하찮은 고백 같은 시큰둥한 일상 속에
수취인 불명 되어 돌아온 편지라도
반기어 맞이하고선 뜯어보고 싶다네.

◎ 운명론자(運命論者)
운명(運命)이라는게 있다고 한다. 사주팔자(四柱八字)를 타고 난다고도 하며, 또 각자 복(福)이라는게 있다고들 말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인간에게는 운명적인 요소가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또 어떻게 보면 온통 운명이라는 것이 인간 자체를 덮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사람의 분복(分福)이란 따로 있는 것인가.
 사람마다 글씨를 쓴다든지, 그림을 그린다든지, 악기를 다룬다든지 하는 재질에 있어서도 천차(千差)가 난다. 또 사물을 생각 하고 판단하는 그릇의 크기도 만별(萬別)이다. 얼굴도 훤하게 잘나고, 몸도 튼튼하고 거기다가 재질이 겸비하고, 이해있고 부의 뒷받침까지 있는 좋은 부모를 만났다면 얼마나 유복할까. 그렇지 않다면 한 가지 재주라도 뛰어나게 왜 분복 받지 못했는가. 이렇게 자문할 때도 있으리라.
 대학입시에서 단 한 문제 때문에 낙방 하는가 하면 취직 시험에서 얼굴이 참 하다고 합격하기도 하고, 시험은 잘 치뤘지만 말 주변이 없어 면접에서 고배를 마시는 수도 있다. 어떤 규수는 출생 때 생긴 붉은 반점 때문에 처녀로 늙는 사람도 보았다. 또 어떤 사람은 억울한 누명을 쓰고 옥살이를 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운명이란 굴레, 운명론자(運命論者)가 아니라고 해도 기 막히는 사실들에 아연 할 따름이다. 사람의 분복은 따로 있는 것 같은데 예외도 있는 모양이다. 불구이기 때문에 성공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가난 때문에 더욱 분발 하여 대성한 사람들도 있다. 순경에게 뺨을 맞고 발길에 채인 것이 계기가 되어 법관으로 출세한 사람도 있다고 들었다. 뿐만 아니라 고아로 태어났기 때문에 외국에 입양되어 좋은 환경에 사는 사람도 하나 둘이 아니란다. 사람의 운명이란 설명으로 되는 일이 아닌 것 같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 했으니 할 일을 다 하고 운을 기다림이 순서이겠으나, 운이 있으면 기회가 닥쳐온다는 말도 일리가 있는 것 같다.

A라는 사람이 큰 광산을 가지고 있었다. 이름 있는 광산이었으나 근년에 와서는 웬일인지 성적이 나빴다. 수입이 줄고 비용만 늘어가니 자연 있는 재산이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용기를 냈다. 조금만 참으면 일이 잘 될 것 같았다. 시간은 흘렀다. 그래도 좋은 소식은 없었다. 부채는 눈덩어리가 굴러가듯 불어갔다. 이제 맥이 풀렸다. 기진맥진했다. 결국 손을 들고 말았다. 바로 그때 B라는 사람이 나타나 내가 한 번 손을 대겠다고 했다. 광산을 인수한 그는 며칠 동안 준비에 분망했다. 광을 파기 시작한 것이다.이게 웬일인가. 곡괭이를 한 번 힘차게 내려치자 주먹 같은 금덩어리가 쏟아지는 것이 아닌가. 금맥이 불끈 솟아났다. 그것도 노다지 줄기가 나온 것이다. 기회란 필요할 때에 와 주어야 하련만 인생사는 그렇게 못한 경우가 더 많다. 물을 얻지 못한 고기가 부지기수요, 기회가 오더라도 놓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매사는 억지로 안 된다고 한다. 될래야 된다는 것이니 기회라는게, 시운(時運)이라는 게 정녕 그렇게 있어야 되는 것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양어깨에 매단 짐이
       한 백 근은 되는갑다

       백 근 짐 죄다 지고
       갯가로 갈 일이다

       간물에 배추 헹구듯
       시름 덩이 헹궈볼까.


       빚 덩이 끌어안고
       한 십 년 살다 보니

       이력이 붙은 가난 
       옹이처럼 야물어져

       빚도 다 재산이란 말
       그 말뜻을 알 것 같다.
    -拙詩, ‘어떤 세상사’, 전문

  
운이라는 것, 팔자라는 것, 복 이라는 것, 이런 것을 찾는 길은 전심을 다하여 스스로의 운명을 개척하고, 가꾸는 길이라 믿는다. 이는 일찍이 독일의 철학자 쇼펜하워가 “가장 위대한 사람이란 지구의 정복자가 아니라 바로 자기 자신의 극복자이다” 라고 갈파하였음을 미루어 보아도 알 수 있는 일이다. 매사에 있어 전심(傳心)과 순리(順理)가 진리요 이치가 아니겠는가. 허왕된 꿈과 과욕으로 삶이 피곤해진 사람이 한둘이 아니기에 하는 말이다.
(이후 다음 주에 계속)

≪감상≫

능곡 이성보 계간 현대시조 발행인

시조작품 〈빈 둥지 증후군〉은 김영자 시인이 정신적 질환이라는 빈 둥지 증후군의 아픔을 4수 연작으로 읊었다. 빈 둥지 증후군은 공소증후군(空巢症候群) 또는 빈 둥지신드롬이라고도 한다. 중년에 이른 가정주부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하여 회의를 품게 되는 심리적 현상으로 마치 텅 빈 둥지를 지키고 있는 것 같은 허전함을 느끼어 정신적 위기에 빠지는 일을 뜻한다. 지금 우리 사회는 가족 구성체제가 핵가족 중심이 된지 오래다. 따라서 외동인 자식이 집을 떠나가면 남겨진 부모들은 정서적으로 외로움과 상실감을 더 심하게 느끼게 된다.

연구에 따르면 빈 둥지 증후군은 주로 50대 여성에게서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이 시기의 여성들은 자녀의 독립, 배우자의 은퇴 또는 부재, 폐경 등 갑작스럽게 일어난 환경적 요인과 호르몬 변화에 의해 이러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비애, 상실감, 우울증, 외로움, 고통, 삶의 목적과 의미의 상실들이 빈 둥지 증후군을 겪는 사람이 느끼는 증상이다.
특히 여성에 있어 삶의 보람을 주는 애정의 보금자리라 여겼던 가정이 빈 둥지만 남고 자신은 껍데기 신세가 되었다는 심리적 불안에서 이러한 고충을 겪게 된다. 이러한 정신적 위기는 여성들의 사회 참여가 활발하지 못한 사회에서 심각한 사회문제로 제기 되고 있다. ‘빈 둥지 증후군’이 곧 세계 2위 질병이 될 거라는 진단도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부부가 함께 취미를 갖는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여가 생활을 즐기는데 관심을 갖거나 이들이 일할 수 있도록 재교육하는 사회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딸아이와의 술래잡기는 아직도 계속되는 것 같은 심사인데 텅 빈집 여기저기엔 딸아이의 그림자만 서성이고 있다./ 연둣빛 시절들은 자꾸만 멀어지고 / 있다. 그 허전함이라니, / 축제가 끝나버린 객석에 앉은 듯이 / 두렵다. 아무도 없는 객석이려니, 그 빈곳에서 두리번거려 보았으나 오로지 혼자다. 두려움이 밀려온다. / 지독한 두려움들만 차곡차곡 쌓인다. / 떨치려도 떨칠 수 없는 지독한 두려움이란다. 모르긴 해도 당해 보지 못한 사람은 알길 없는 두려움이지 싶다. 50대의 여인, / 초겨울 낙엽인양 생기 잃은 나이인데 / 라고 자조한다. 낙엽도 초겨울 낙엽은 추례하지 않던가. 대화를 나눌 상대가 없는 서글픔, / 정겨운 언어들은 부화되지 못 한 채로 // 차가운 바람이 되어 가슴속을 헤집는다./ 수다를 떨고 정담을 나누어야 하련만, 그 상실감은 비수처럼 가슴속을 헤집고 있다. / 하찮은 고백 같은 시큰둥한 일상속이다. / 무엇이 하나 손에 잡히리오. 시큰둥한 일상인데, 그 절절한 외로움은 / 수취인 불명 되어 돌아온 편지라도 // 반기어 맞이하고선 뜯어보고 싶단다. / 수취인 불명으로 반송된 편지, 그 편지라도 반기며 뜯어보고 싶다는 속내를 독자들에게 들어 내 보이고 있다.

 시인이 시작에 몰입 하는 것도 어쩌면 빈 둥지 증후군에서의 치유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여 본다.시린 가슴을 뎁히는 군불에 장작 한 개비 보태는 심정으로 감상평을 적는다.
-
능곡시조교실 제공-     

 

박춘광 기자 gjtlin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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