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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을 여는 시(197):정여림]'외포항에서'

기사승인 2021.06.21  02:5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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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을 여는 시 (197)

     '외포항에서'

 

 

 

 

 


 

정  여  림


십이월 외포항에 가면 당신의 진심을 만날 수 있을까
십이월 외포항은 대구잡이로 성어를 이루는데 남해 차가운 물에서 펄떡펄떡 노닐던 살찐 대구를 육지로 잡아 올려 그 배를 가르고 추억처럼 몸 부풀리던 내장과 정소를 긁어내고 가슴치는 대꼬챙이로 가로 버티어 벌려 겨울 해 아래 줄지어 말린다

뾰족한 귀퉁이에 가슴 찔려 내 걸린 대구는 두툼한 살점 속 위선들은 햇볕에 비썩비썩 말리고 번들번들 기름진 탐욕도 바람에게나 주며 존재의 진실만 담은 등뼈를 오롯이 드러낸다 단단해지고 수축되고 숭고히 작아질수록 제 속을 훤히 더 열어 버티며 고백한다

나 여기 있소!
내 속은 이렇게 생겼소!
내 속엔 이것 들었소!
십이월 외포항은 대구들의 처절한 고백으로 즐비하다

십이월 외포항에 가면 당신의 진심을 만날 수 있을까

약력: 정여림-방송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한자지도사 ・훈장/ [문장21]시부분 신인상 수상/ 거제시 3・1운동 100주년 기념 글짓기대회 대상 수상/ 동시・ 동화집[등대야 놀자] 공저/ 전)거제신문 취재기자

감상)

     윤일광 시인

시는 운문지만 산문적 요소가 강하다. 특히 요즘 시는 ‘산문시’라는 없는 장르마저 만들어낼 만큼 산문성이 강하다. 사실 따지고 보면 시를 쓴다는 것도 산문적 문장력이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시를 쓰기에 앞서 바른 문장을 쓸 수 있는 공부가 필요하다. 모든 글의 기초는 문장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정여림 시인의 <외포항에서>는 산문적 요소와 운문적 요소가 적절하게 배치된 작품이다. 수미쌍관법의 문학기법을 빌려 시인의 의도를 더 명징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 시에서 시인이 말하려고 하는 것은 ‘당신의 진심’을 만나는 일이다. 살면서 우리는 간혹 내 진심을 몰라줄 때 ‘가슴을 갈라 속을 내 보이고 싶다’고 말한다. 시인은 배를 가르고 속에 있는 것을 다 내어 보이고 있는 대구의 모습을 ‘처절한 고백’으로 형상화했다. 그리하여 알 수 없는 당신의 속내, 그 진심을 만나고 싶어 한다. 아니 ‘당신의 고백’을 듣고 싶어 한다. 진심을 말해주지 않는 그 사람은 누구일까? 십이월이 되면 외포항에 가 볼 일이다. 
(눌산 윤일광 문예창작교실제공)

서정윤 기자 gjtline@naver.com

<저작권자 © 거제타임라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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