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을 여는 시 (197)
'외포항에서'
정 여 림
십이월 외포항에 가면 당신의 진심을 만날 수 있을까
십이월 외포항은 대구잡이로 성어를 이루는데 남해 차가운 물에서 펄떡펄떡 노닐던 살찐 대구를 육지로 잡아 올려 그 배를 가르고 추억처럼 몸 부풀리던 내장과 정소를 긁어내고 가슴치는 대꼬챙이로 가로 버티어 벌려 겨울 해 아래 줄지어 말린다
뾰족한 귀퉁이에 가슴 찔려 내 걸린 대구는 두툼한 살점 속 위선들은 햇볕에 비썩비썩 말리고 번들번들 기름진 탐욕도 바람에게나 주며 존재의 진실만 담은 등뼈를 오롯이 드러낸다 단단해지고 수축되고 숭고히 작아질수록 제 속을 훤히 더 열어 버티며 고백한다
나 여기 있소!
내 속은 이렇게 생겼소!
내 속엔 이것 들었소!
십이월 외포항은 대구들의 처절한 고백으로 즐비하다
십이월 외포항에 가면 당신의 진심을 만날 수 있을까
약력: 정여림-방송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한자지도사 ・훈장/ [문장21]시부분 신인상 수상/ 거제시 3・1운동 100주년 기념 글짓기대회 대상 수상/ 동시・ 동화집[등대야 놀자] 공저/ 전)거제신문 취재기자 |
감상)
윤일광 시인 |
시는 운문지만 산문적 요소가 강하다. 특히 요즘 시는 ‘산문시’라는 없는 장르마저 만들어낼 만큼 산문성이 강하다. 사실 따지고 보면 시를 쓴다는 것도 산문적 문장력이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시를 쓰기에 앞서 바른 문장을 쓸 수 있는 공부가 필요하다. 모든 글의 기초는 문장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정여림 시인의 <외포항에서>는 산문적 요소와 운문적 요소가 적절하게 배치된 작품이다. 수미쌍관법의 문학기법을 빌려 시인의 의도를 더 명징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 시에서 시인이 말하려고 하는 것은 ‘당신의 진심’을 만나는 일이다. 살면서 우리는 간혹 내 진심을 몰라줄 때 ‘가슴을 갈라 속을 내 보이고 싶다’고 말한다. 시인은 배를 가르고 속에 있는 것을 다 내어 보이고 있는 대구의 모습을 ‘처절한 고백’으로 형상화했다. 그리하여 알 수 없는 당신의 속내, 그 진심을 만나고 싶어 한다. 아니 ‘당신의 고백’을 듣고 싶어 한다. 진심을 말해주지 않는 그 사람은 누구일까? 십이월이 되면 외포항에 가 볼 일이다. (눌산 윤일광 문예창작교실제공)
서정윤 기자 gjtlin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