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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거제시조選-66]김영자-'이쁜 도둑'

기사승인 2021.06.18  01:3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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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자:인천출생/LS(주)미르상사대표/능곡시조교실수강/거제시조문학회감사

[금요거제시조選-66]
       '이쁜 도둑'  

 

 

 

 



 

       김  영  자 

이담에 어른 되면 아빠와 결혼한다
엄마가 자길 두고 왜 먼저 결혼했냐
우리를 번갈아가며 눈 흘기며 울던 딸.

유치원 다닐 때는 옆 짝지 머시마와
초등학교 저학년 땐 같은 반 반장이랑
말대로 결혼 했으면 서너 번은 갔을 테다.

한 번 속지 두 번 속나 고대하며 기다려도
결혼은 안 한다고 뻔뻔한 거짓말을 
독한 놈 못 만나봐서 저런 말을 하는 거지.
 
번듯한 남자 하나 소개하며 히죽히죽
돌이켜 생각하니 울 엄마도 그랬겠네
나한테 물려받았을 이쁜 도둑 유전자.

 ◎지고지순의 사랑, 홍랑(洪娘)
 칠신탄탄(漆身呑炭)이란 말이 있다. 이 말은 인간학의 보고로 알려진 사마천의 《사기(史記)》 〈자객열전(刺客列傳)〉에 예양(豫讓)이라는 사람이 지백(智伯)의 원수를 갚기 위하여 온몸에 옻칠을 하고 숯을 먹어 벙어리가 되면서까지 자신의 모습을 바꾼데서 유래하여 ‘칠신탄탄’은 은인을 위해서라면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해내는 것을 비유하는 말로 쓰이게 되었다.
예양은 지백이 자신을 국사(國士)로 예우한데 대하여 사위지기자사 여위열기자용(士爲知己者死 女爲悅己者容. 선비는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죽고, 여자는 자신을 기쁘게 해주는 남자를 위해 얼굴을 다듬는다)는 유명한 말을 남긴 사람이다.
우리나라에도 예양같은 사람이 있었다.
사랑하던 사람이 타지에서 객사하여 묘를 봐줄 사람이 없을 것으로 생각하고 3년간 시묘살이를 한 홍랑(洪娘)이 바로 그 사람이다. 홍랑은 젊은 여인이 홀로 시묘살이를 한다는 것이 매우 힘든 일이라 생각 끝에 자신의 몸을 씻지 않고 꾸미지도 않았다. 남자들의 접근을 막기 위해 천하일색인 자기 얼굴을 칼로 그어 추녀로 만들고 숯덩이를 통째로 삼켜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벙어리가 되었다.

홍랑은 함경도 경성(鏡城) 관아의 관기였다. 비록 신분은 비천하였으나 문학적인 교양과 미모를 겸비했다. 교방(敎坊)에서 각종 악기와 가무를 익히면서도 문장과 서화 등의 기예 익히기에 열중하여 유명한 시인 가객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문학적 소양이 남달랐고 몸가짐이 단정했다.이런 홍랑이 당시 시와 문장으로 명성이 높았던 최경창(崔慶昌)을 만나면서 변하지 않을 뜨거운 사랑으로 발전했다. 고죽(孤竹) 최경창(1539-1583)이 함경도 북평사로 부임한 1573년에 홍랑을 처음 만났다. 홍랑은 방직기(房直妓)를 자원하여 경성의 막중(幕中)에서 6개월 정도 함께 기거하며 정을 쌓았다.그리고 이듬해 봄 관직이 바뀐 최경창이 한양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최경창이 한양으로 갈 때 홍랑은 함경도 경계인 쌍성(雙城)까지만 동행했다. 관기인 홍랑은 더 갈수 없었다. 쌍성에서 작별하고 함관령(咸關嶺)에 이르러 시조 1수를 지어 최경창에게 보냈다. 한국 문학사에서 가장 아름다운 연시(戀詩)로 꼽히는

       묏버들 갈해 것거 보내노라 님의 손듸
       자시난 창밧긔 심거 두고 보쇼셔
       밤비예 새닙곳 나거든 나린가도 너기쇼셔. 였다.
 
      ­(현대어 풀이)­
       묏버들 가려 꺾어 보내노라 님에게
       주무시는 창밖에 심어두고 보소서
       밤비에 새잎 곧 나거든 나인가도 여기소서.

 최경창은 3년 뒤 병이 들어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그 소식을 들은 홍랑은 7일 밤낮을 걸어 한양에 들어가서 병수발을 했다. 당시 이북 삼도 주민은 도성으로 이주 할 수 없는 금지령이 있었다. 이 일로 최경창은 파직되었고 홍랑의 간병으로 완쾌 하였으나 또 한 차례 이별을 했다. 최경창의 깨끗한 성품은 인정받아 변방의 한직으로 근무했으나 관기와의 사랑을 나무라는 유생들의 상소가 빗발쳐 결국 파직당하고 1583년(선조3년)에 45세의 젊은 나이로 객사했다.

 이 소식을 들은 홍랑은 파주에 있는 최경창의 묘를 찾아가 움막을 짓고 3년간 시묘살이를 했다. 시묘살이를 마친 후 떠나지 않고 그 옆에서 살다 죽으려 했으나 임진왜란이 발발했다. 그녀는 최경창의 글과 글씨를 지키기 위해 고향인 함경도를 향한 후 종적을 감추었다. 왜란이 끝난 후 해주 최씨 문중에 최경창의 유작들을 건넨 후 다시 그의 묘소로 돌아와 자결했다. 훗날 해주 최씨 문중에선 홍랑의 의를 기리어 그녀를 족보에 올렸고 문중 선산, 최경창의 곁에 묻어 오늘날까지 제사와 시제를 지내고 있다. 고죽의 시와 문장이 담긴 고죽집(孤竹集)이 전해지게 된 것은 오로지 유고를 생명처럼 여긴 홍랑 덕분인 것이다.

 현재 경기도 파주시 교하읍 다율리에 위치한 해주 최씨의 문중산, 고죽 부부 합장묘 바로 아래에 홍랑의 무덤이 있고 묘 옆 시비에 위 시조가 새겨져 있다.홍랑은 정절의 의무가 없는 몸이지만 최경창과의 인연을 중히 여겨 일부종사 하였다. 당시에는 “살아서는 천민이지만 죽어서 양반이 된 사람은 홍랑 한 사람 뿐이다”라고 알려졌다.지고지순한 홍랑의 사랑이여, 옷깃이 절로 여며 진다.(이후 다음 주에 계속)

감상)

능곡 이성보/현대시조 발행인

평생 혼자 살겠다며 독신주의를 고집하여 속을 썩인 딸, 그 딸을 두고 4수 연작의 시조 〈이쁜 도둑〉을 읊은 이는 김영자 시인이다.
 이담에 어른이 되면 아빠와 꼭 결혼한다는 딸, 그런데 엄마가 자기를 놔두고 왜 먼저 아빠와 결혼했냐고 내외를 번갈아 가며 눈 흘기며 울던 딸이다./ 유치원 다닐 때는 옆 짝지 머시마와 / 그런가 했더니 / 초등학교 저학년 땐 같은 반 반장이랑 / 결혼하겠다던 딸내미, 그 말대로 했다면야 벌써 서너 번은 시집갔을 테다.시집가길 그토록 고대했건만 평생을 혼자 산다고 뻔뻔한 거짓말을 잘도 해왔다. 아직 독한 놈을 못 만나봐서 저런 말을 한단다.그런 딸내미가 / 번듯한 남자 하나 소개하며 히죽히죽 / 한다. 돌이켜 보면 친정엄마도 그랬겠지 싶다. / 나한테 물려받았을 이쁜 도둑 유전자 /라는 결구가 미소를 짓게 한다. ‘번듯한 남자’라는 예비사위에 대한 자랑도 밉지 아니하다.

 우리나라엔 3대 거짓말이 있다. 그 거짓말을 순위대로 살펴보면, 1순위가 처녀가 시집 안 간다는 말이고, 2순위는 노인이 빨리 죽고 싶다는 말이고, 3순위가 장사가 밑지고 판다는 말이다. 3대 거짓말은 누구나 공감하기에 이론이 없다. 그런데 이 3대 거짓말이 거짓말로 끝나면 좋은데 사실이 되어 간단다. 그도 그럴 것이 요샌 시집 안 가려는 사람이 늘어가고 있고, 노인 자살률이 높아지는가 하면, 자영업자의 90%가 망했다고 하니 밑져도 팔아야 한단다. 이 판국에 이쁜 도둑인 딸이 예비 사위를 데리고 왔것다. 이쯤 해서 시인이 건네는 사연을 옮겨 본다.
 
       오늘이 아들 기일이라 딸이 사위 될 사람을 데리고 왔습니다.
      작년 봄까지도 결혼 안 하고 평생 혼자 살고 싶다고 했던 거
      기억 나냐니까 그땐 진심이었다고 킥킥 웃습니다.
      어른들 말씀이 ‘임자를 못 만나서 그런다고, 독한 놈을 못 만
      나 그런 다시던’ 말씀이 틀리진 않네요. 올 9월 25일 결혼 날
      짜까지 자기들끼리 잡았답니다. 애틋한 딸 생각에 졸시 한 편 지
      어 보았습니다.
  자식을 가슴에 묻은 시인이다. 그 자식의 기일에 또 한 자식이 왔다. 인생살이가 그런 거라고 시인을 위로하고 싶다. 시인 따님의 결혼 소식에 축하와 함께 박수를 보낸다.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 출산율이 최하위라고 한다. 출산율 저하는 국가 존망이 걸린 문제이기에 더더욱 박수를 보낸다. ‘아이를 낳지 않으면 소는 누가 키우나’ 하던 개그콘서트에서의 개그맨 박영진의 멘트가 생각난다.
 자식에 대한 다함없는 어머니의 사랑, 〈이쁜 도둑〉을 감상하다 말고 성사 못 시킨 여러 자식 두고 가심에 눈도 못 감으신 어머님 생각에 비 오는 창밖에 오래 눈길을 주었다. 자칫 긴 설명이 필요한 평범한 소재를 4수 연작으로 재치 있게 읊은 시인의 솜씨가 독자의 공감을 얻지 싶다. 딸이 없는 감상자는 ‘이쁜 도둑’을 둔 시인이 부럽기도 하다
.
<능곡시조교실 제공>

 

박춘광 기자 gjtlin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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