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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거제시조選-65]윤윤주-'비대면'

기사승인 2021.06.11  03: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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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윤주:웅천찻사발보존연구회원/거농문화예술원실장/동아대서양화전공/제39회한국미술대전전통미술공예특선/제46회부산미술대전문인화특선/제43회경남미술대전문인화입선/능곡시조교실수강

[금요거제시조選-65]
    '비 대 면'  

 

 

 



 

     윤  주 

 더불어 살아가는
 우리네 세상살이

 기계가 上典이란 말에 코웃음을 쳐 왔는데
 기계의 요구사항에 맞춰 꼼짝없이 등록하곤 
 처음 맞은 화상수업에서 기계가 상전이란 말 
 빈말 아님 알게 됐네. 긴장 반 걱정 반의 
 비대면 수업, 얼떨결에 적응해가는 초라한 
 나를 보네
       
 외면한
 데면데면을 어찌
 비대면에 비하랴.

 ◎ 이화우(梨花雨)와 이매창(李梅窓)
2018년 9월 어느날 시조 창작교실에서 처음으로 문학기행을 갔다. 행선지는 전북 부안의 매창공원이었다. 매창공원은 아담한 규모였다. 매창공원에는 ‘규원(閨怨)’이란 시비가 있다.

               임  생  각
                         이 매 창
        애끓는 정 말로는 할길이 없어
        밤새워 머리칼이 반 남아 세였고나
        생각는 정 그대도 알고프거던
        가락지도 안 맞는 여윈 손 보소

                閨     怨
        相思都在不言裡 상사도재불언리
        一夜心懷鬢半絲 일야심회빈반사
        欲知是妾相思苦 욕지시첩상사고
        須試金環減舊圓 수시금환감구원

애끓는 상사의 마음을 밤새 하얗게 쇠어버린 머리와 야윈 손마디로 표현했다. 누굴까, 이 애끓는 상사의 마음을 전해 받을 이가. 역사 속 인물 중에 그녀의 정인으로 언급되는 사람은 유희경, 이귀, 허균이었다. 유희경은 천민 출신 시인으로 당대에 이름을 날리던 문사였고, 이귀는 인조반정 공신으로 한 세월을 풍미했으며, 허균은 광해군 시절 잘 나가던 풍운아였다. 그중 매창이 평생 정인으로 사랑한 사람은 유희경이었다. 유희경은 46살 때 매창을 처음 만났다. 매창의 나이 18세였다. 둘은 나이를 초월해 시를 매개로 깊이 사귀었다. 그러던 중 유희경이 한양으로 떠나고 얼마 후 임진왜란이 일어났다. 긴 이별의 시작이었다.

유희경은 전쟁 중 의병으로 활약한 공으로 면천 되었다. 그러나 전쟁이 끝나도 두 사람은 만나지 못했다. 1607년 잠깐 재회했다. 그로부터 3년 후인 1610년 매창은 38살의 나이로 눈을 감았다.매창은 현리(縣吏) 이탕종의 서녀(庶女)로 하나를 들으면 열을 아는 문일지십(聞一知十)의 총명을 타고 났으나 여자아이 인지라 남장으로 서당을 다녔다. 서녀가 남자아이들과 서당 공부가 금기사항 이었으나 그녀의 문학적 재능은 탁월하여 금기사항이 무색했다.

 매창은 부안 관기였지만 가사와 한시, 거문고에 두루 능했던 예인이었다. 흔히 북의 황진이 남의 매창이라 했다. 황진이가 중앙 무대에서 당대의 풍류남아들과의 화려한 교제로 이름을 날렸으나 그녀 보다 훨씬 많은 시를 남긴 매창은 부안 땅을 떠나지 않아 제대로 알려지지 못했다.

 부안 사당패와 아전들은 외롭게 죽은 그녀의 시신을 거두어 거문고와 함께 묻어 주었으니 그곳은 거의 사백여년 동안 공동묘지였던 부안읍 남쪽 외곽 ‘봉두메’의 ‘매창뜸’이다.
 그녀가 죽은 지 45년 만에 무덤 앞에 비가 세워졌고 1668년 에는 아전들이 외워 전하던 각 체 58수를 얻어 개암사에서 목판에 새긴 「매창집」이 간행 되었다. 당시 목판은 모두 불타고 겨우 두 권이 전해진다. 현재 간송미술관과 하버드대 도서관에 보관 되어 있다고 한다. 당시 매창집이 출간되자 많은 사람들이 찾는 통에 시집발간에 계암사의 재원이 바닥났다는 말이 전해지고 있다.

 부안 출신 시인 신석정은 매창·유희경·직소폭포를 가리켜 부안삼절(扶安三絶)이라 했다.매화처럼 의지가 굳었으나 유달리 정이 많고 고요했던 매창, 그녀는 님에 대한 연모의 정을 끊임없이 노래했다.

       이화우(梨花雨) 흩날릴 제 울며 잡고 이별한 님
       추풍 낙엽에 저도 날 생각는지
       천리에 외로운 꿈만 오락가락하도다.

 뒷날 사람들은 매창의 이 시조를 ‘梨花雨’라 불렀다.

 유희경과 재회 3년 만에 매창은 죽었다. 죽기 전에 한번 만이라도 보고 싶어 했다. 그러나 신분에 누가 될까봐 알리지 않았다.참으로 지고지순한 매창의 사랑이었다. 그 숭고한 사랑 때문에 매창공원이 조성되었지 싶다.해마다 매창공원에선 매창문화재가 열리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끝나면 매창공원으로 다시 가볼 참이다. 가서 매창이 묘소에 술 한 잔 따르고 싶다.(이후 다음 주에 계속)

감상)

능곡 이성보/현대시조 발행인

시조작품<비대면>은 처음 맞는 비대면 화상수업에서 느낀 감회를 사설시조로 읊은 윤윤주 시인의 작품이다.감상에 앞서 시인의 ‘시작노트’를 옮겨 본다.

 코로나 시대 비대면 수업으로 학교를 가지 않고도 학점 이수가 가능하다기에 때를 놓칠세라 기계가 시키는 대로 급하게 등록하면서 기계가 상전이란 말을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긴장 반 걱정 반의 비대면 화상수업은 사회 흐름을 아는데 도움이 되었는가 하면, 뒤쳐진 자신의 수준이며 변화에 적응해가는 나 자신의 초라한 모습도 보게 되었습니다. 비대면을 통하여 대면의 소중함도 비로소 알게 되었기에 이를 사설시조로 서툴게 읊어 보았습니다.
 
 비대면은 서로 얼굴을 마주 보고 대하지 않음이다.혼자 있으면 사람이고 두 사람이 모이면 인간(人間)이 된다고 하던가.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는 인간에서 사람으로의 회귀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니지 싶다. 사람은 모여 있어야 하고 모인 그곳엔 사람 향기가 난다. 그래서 蘭香十里요 人香萬里라 하지 않던가.사람의 향기를 두고는 해남 미황사 아랫마을 할머니들을 들먹이곤 한다.그 시골 할머니들은 불공을 드리러 미황사에 오다가 머리에 인 공양물건을 땅에 떨어뜨리기도 했고, 산길 옆 고구마 줄기에 오줌을 슬쩍 누었는데, 그래도 법당에 들어 갈 자격이 있느냐고 물어 온단다.
 
그때 마다 스님이 아무 걱정하지 말라고 안심시켜 주어도 자신은 부정 탄 몸이라며 법당에 들어가기를 주저 한다는 것이다. 이런 할머니들의 마음이야 말로 사람의 본래 성품이 아니겠는가. 삼국유사에나 나올 법한 얘기가 미황사 아랫마을에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기계가 상전인 비대면 사회에선 이런 훈훈한 사람 사는 얘기를 어떻게 듣겠는가.
 지금은 ‘근육긴장이상증’이란 희귀 난치병을 앓고 있는 육상계의 전설 이봉주 선수, 2016년 4월보스턴마라톤대회에서 그가 이루어낸 쾌거, 그것은 진한 감동이요 향기였다.

 세계를 제패하기 위해서는 영어가 필수라고 하지만 영어라고는 ‘땡큐 베리마치’밖에 모르는 이봉주 선수에게 내로라하는 미국의 명사들이 악수 한번 하려고 줄을 섰단다. 다음날 보스턴 그러브지에 대서특필된 기사에서 그의 승리 요인을 강한 다리, 꾸준하고 안정된 페이스, 다른 선수를 견제하는데 신경 쓰지 않는 자신감, 그리고 임종을 지키지 못한 아버지에게 영광을 드리고 싶은 아들의 아름다운 마음으로 들었다. 우리의 삶 자체가 마라톤이라 하던가. 겸손이 밴 그의 주름투성이 얼굴에선 향기가 난다. 人香이다.

 / 더불어 살아가는 우리네 세상살이다/. AI 앞에서 존재감을 잃어가는 人間, 이제는 비대면에 익숙하지 않으면 살아 갈 수 없다. 어찌 슬프지 않으리오.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친밀성이 없고 어색한 모양을 나타내는 말이 데면데면 이다. 그래서 시인은 이를 외면해 왔다.그런 데면데면 이련만 / 어찌 비대면에 비하랴 / 하고 절규하고 있다. 사람의 향기가 절실한 이때 외면, 데면데면, 비대면으로 이어진 종장의 마무리는 재기(才氣)가 약여(躍如)하기에 讚을 아끼지 않는다.<능곡시조교실 제공>

 

 

박춘광 기자 gjtline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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