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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붕백병원, '말기암 판정놓쳐 논란-진단신뢰도에 큰 상처?'

기사승인 2021.04.09  08: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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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암검진'부터 암판정 놓쳐…CT 결과 타병원은 '암 판독'

치료 기회 잃고 사망한 유족들 격분…"억울한 죽음에 탄식"
망인 " 내 시신 병원앞에 메달아 달라"유언 남겨 '충격'

거제시민의 건강을 지킨다는 사명을 내세우는 지역의료기관이 암검진 판단에 오류가
있어 치료기회를 놓쳐 환자가 억울함을 유언하며 사망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시민들에게 충격을 주는 것은 물론 이 병원의 진단 신뢰도에 치명적 상처를 남기게 됐다.

거붕백병원이 병세를 제대로 진단하지 못해 한 시민이 치료기회를 놓쳐 사망하게 됐다는 유족측의 탄식이 전해져, 일파만파 파장을 몰고온 것이다. 대형사업장이나 대형 의료기관에서는 불가피하게 크고 작은 사고가 있기는 하지만 이에 대한 대처방법이나 사후책을 두고 시민들의 시각은 크게 다르다.

거붕거제백병원 신관

특히, 국가가 국민건강을 위해 막대한 예산으로 시행하는 '국가암검진' 과정에 나온 논란인데다, 국가암검진과 건강검진을 위해 최첨단 장비를 마련했다는 병원 건강증진센터에
 대한 신뢰도 추락은 큰 파문이기 때문이다.  통과의례 처럼 지나치기 쉬운 건강검진에 대한 시민들의 믿음에 상처를 남겨 의료수급의 역외 유출 현상을 가속시키는 한 요인으로 등장할 가능성에도 비중이 실린다.

최초 이 병원에서 촬영한 CT 판독결과에서 간암증상을 판독하지 못한 반면, 타병원에선
곧바로 '암'으로 판독된 걸로 확인돼 진단능력 자체에 의문점을 던지고 있다. 유족들에 따르면 지난 2월 고인이 된 김 모(61) 씨는 간질환으로 수 년 동안 거붕백병원에서 진료를 받아왔다는 것. 그런데 지난해 2월 국가암검진 대상자로 이 병원에서 검진을 받았다.

검진 후 병원에서는 이상이 있다며 별도의 CT 촬영을 했고 촬영 결과 간에 혈전이 조금 생겼다고만 진단했다. 약만 잘 먹으면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몇 달치 약을 처방한 뒤 6개월 뒤에 내원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약을 복용하며 생활하던 김 씨는 지난해 7월 몸상태가 나빠져 다시 병원을 찾았다. 다시 CT 촬영을 했다. 병원은 혈전이 더 많아져 혈전을 녹이는 주사를 맞아야 한다며 입원조치를 했다고 한다.

김 씨는 입원치료 중 계속 불편을 호소, 지인 소개로 도내 대학병원으로 간 결과 대학병원측 의료진은 백병원 CT 판독 결과 '간암'을 판정해 재검사 필요성을 설명했다. 청천벽력 결과에 놀란 김 씨는 곧바로 서울 상급병원으로 갔다. 최종 검사 결과 '간암 말기'로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는 상태였다. 항암치료나 수술도 할 수 없이 임종을 준비하라는 얘기 밖에 들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거붕거제백병원 복합단지

거제로 내려온 김 씨는 집과 백병원을 오가다 설명절 전날인 지난 2월 10일 새벽 3시 운명했다. 국가암검진부터 장례까지 모두 거붕백병원에서 치른 셈이 됐다. 말기암 선고를 받은 이후 유족들은 정확한 진단을 하지 못한 백병원에 의료과실을 주장했지만, 병원 측은 병원 잘못이라는 구체적이고 객관적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병원에 있는 동안 어떤 지원도 해 주지 않았다고 한다.

유족들은 지난해 11월 한국소비자원에 민원을 제기했다. 한국소비자원은 의료조정분쟁위원회와 성격은 다소 다르나 병원의 과실 유무를 판단해 줄 수 있는 기관이다. 소비자원은 지난 3월 전문자문가들의 판단 결과, 백병원 최초 CT 촬영결과에서 간암이 판단되며, 두 번째 촬영한 CT도 같은 결과였다는 것.

결국 거붕백병원은 최초 CT 결과를 간암으로 판단하지 못하고 단순 간혈전으로 판단, 약과 주사 처방만 했다는 걸로 풀이되며 마지막 입원기간 중에도 필요한 전원조치 등을 않은 책임을 부담하게 된 것이다.

김 씨의 부인은 "병원에서 처음 CT를 찍었을 때 진단만 제대로 했어도 수술이나 항암치료 등 최소한의 치료 기회라도 있었을 텐데, 진단도 하지 못하는 병원이 사람을 살리는 곳이냐, 죽이는 곳이냐"며 울분을 토했다. 그는 "남편은 죽기 직전까지 병원에서 진단을 하지 못해 치료 기회를 잃은 점에 대해 이대로 죽음은 너무 억울하다"며 "마지막 유언으로 내가 죽으면 거제시민이 모두 알 수 있게 시신을 병원입구에 매달아 달라"고 말했다는 것.

더한 것은 "더 손 쓸 수조차 없는 말기암 판정 이후 백병원의 태도는 더욱 화가 치밀어
원망을 자초했다는 것이다. 위로나 사과는커녕 참을 수 없는 억지주장에 심적고통이 말할 수 없었다는것이다.  의료전문가들이 소비자원을 통해 명백한 판단이 나온 만큼 이 같은 사실을 다수 시민들이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거붕거제백병원 장래 조감도

병원 측은 이번 진단 능력 논란에 대해 별다른 입장은 밝히지 않고 있다. 한편, 거붕백병원은 2022년까지 연면적 8000평 규모에 지하1층~지상3층의 최신식 장례식장과 지상 7층 규모에 200 병상을 증축할 계획으로, 병원이 속해 있는 거붕그룹은 순천 지역에도 1000 병상 규모의 종합병원 건립을 추진중이다. 호텔 등 각종 부대시설도 설립한다는 계획으로 사업비만 1조 7천억 원이 예정돼 있다.

시설 확장에만 투자할 게 아니라 의료진 역량 확충에 투자 비중을 늘려 시민에게 양질의 의료서비를 제공하는 것이 우선돼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박춘광 기자 gjtline@naver.com

<저작권자 © 거제타임라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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