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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거제시조選-45]허원영-'검은 고양이'

기사승인 2021.01.22  05:2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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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원영:시인/낭송가/시조창가/2010년시사문단/현대시조등단/거제문인협회이사/청마기념사업회이사/능곡시조교실수강/거제시조문학회부회장/대한시조협회거제시지회사무국장

[금요거제시조選-45]
  '검은 고양이'  

 

 

 

 

 

   허   원   영   

또르륵 또르륵
움직이는 황금 눈알

커튼 뒤 그림자가
살곰 살곰 지나간다


매끈한 
유선형 몸매
잡았다! 요놈 괭이


무심한 척 딴청 피다
순식간에 몸을 날려


노랑나비 입에 물고
의기양양 걸어오는


거만한
작은 사냥꾼
검은 괭이 네로 네로.

◎언이인격(
言而人格)
  근간엔 ‘침묵은 금이다’라는 금언이 곧잘 부정된다. 말을 하지 않고는 자신을 적절하게 알릴 수 없기에 금언도 자기 PR시대엔 색이 바래는 모양이다. 그러나 ‘침묵은 금이다’라는 말은 입을 다물고 있으라는 것이 아니라 필요 없는 말은 삼가라는 뜻이다. 예부터 우리 조상들은 “벙어리처럼 침묵하고, 임금처럼 말해야 한다”고 말조심을 당부하면서 여러 종류의 말에 대한 표현을 상기시키며 허언을 경계했다.

이를테면 혼자 간직해야 할 말을 함부로 하게 되면 실언(失言)이라 비웃음을 받았고, 앞 뒤 가리지 않고 아무 말이나 지껄이면 망언(妄言)이라 하여 역시 손가락질을 받았다. 그런가 하면 앞서 한 말이나 약속과 다르게 행동하면 식언(食言)이라 하며 신뢰를 잃었고, 신중을 기하지 못하고 아무렇게나 내뱉은 말을 방언(放言)이라 하여 무시당했다.

또, 진실 되지 못한 실없는 말은 모언(貌言)이라 했으며, 남의 환심을 사려고 교묘하게 꾸며대는 말을 교언(巧言)이라 하여 멸시했다. 이런 말들은 이 세상에서 아무 쓰잘 데 없는 허언(虛言) 인 것이다. 똑같은 말도 때와 장소와 말하는 이에 따라 그 무게가 다른 법이다.

‘구시화문’이란 말이 있다. 중국 당나라 때 풍도(風道)라는 재상이 있었다. 그는 얼마나 식견이 탁월하고 재주가 많았던지 오왕조, 팔성십일군(五王朝, 八姓十日: 다섯 왕조, 여덟 성을 가진 열한명의 임금)을 모신 장수 재상이었다. 아랫사람들이 “그토록 오랫동안 영화를 누린 비결이 무엇입니까?”하고 물었더니, “구시화문(口是禍門요)이요, 설시참신도(舌是斬身刀)”라 대답했다. 즉, ‘입’은 화를 불러들이는 문이요, ‘혀’는 몸을 자르는 칼이라 하여 ‘구시화문’은 여기서 비롯되었으니, 말의 신중성을 표현하는 말로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조선 명종 때 유희춘(柳希春)이란 선비가 있었다. 그는 을사사화 때 파직을 당하고 제주도로 귀양 갔으나 평소 말이 없었던 덕으로 화를 면하고, 나중에는 부제학까지 오른 인물이다. 경연에서는 글 얘기 밖에는 입에 담지 않았고 특히 집에 와서는 말이 없어 의관이나 두건, 버선에 때가 묻어도 개의치 않았다는 일화가 〈연려실기술〉에 전한다. 당시 많은 선비들이 사화에 연루되어 목숨을 잃었으나 유희춘만은 세 정승이 합동으로 아뢰어 석방됐다고 한다.

구약성서도 “미련한 자는 그 입으로 망하고, 그 입술에 스스로 옭아 매인다”고 경고했다.
사람의 입, 더구나 여러 사람의 입이 들면 멀쩡한 거짓말이라도 진실인 것처럼 만들어 내기 쉽다는 말이 삼인성호(三人成虎)다. 삼인성시호(三人成市虎)라고도 하는 이 말은 중국의 전국시대 방총이란 사람의 고사에서 비롯된 것으로 사람 셋이 우기면 안 나타난 호랑이도 나타난 것처럼 되어 버린다는 것이다.

        세상 사람들이 입들만 성하여서
        제 허물 전혀 잊고 남의 흉만 보는구나
        남의 흉 보거라 말고 제 허물을 고치과저.

이 시조의 작자는 조선 16대 인조의 셋째 아들이며 효종의 동생인 인평대군(麟坪大君 1622~1658)이다. 조선의 마지막 왕인 고종도 그의 후손이다. 인평대군은 시조와 단가에 경지를 터득했다고 전하는데 다른 종친들처럼 그다지 명칭이 자자하지 않음을 두고 세상에 대한 겸손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남을 탓하는 세태인지라 수신(修身)을 일깨워 주는 이 시조에서도 그의 겸손이 느껴진다.

믿을 ‘信’자는 사람人의 말言로 짜여 있다. 진실 되고 믿음이 없는 말은 말이 아닌 것이다. 가장 진실한 말은 가장 평범한 말속에 있다고 한다. 반세기 전에 미국 대통령이던 아이젠하워가 세상을 떠났을 때 그에 대한 많은 평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 가운데 그를 애국자라고 평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대부분이 ‘평범한 인간’이라든가 또한 ‘정치인으로서 특징이 없는’ 그런 평이었다. 그리고 무슨 유언 같은 것도 뚜렷이 남기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딱 한 가지, 그의 측근을 통해 최후의 한마디가 소개된 것이 있었다.
“...나는 늘 아내를 사랑하고, 아들, 딸을 사랑하고, 손자를 사랑한다. 그리고 내 나라를 사랑한다.”

아내, 아들 딸, 손자들, 그 다음에 나라를 사랑한다는 그 말은 아무나 할 수 있는 말 같은데 곰곰이 되씹어 보면, 그의 말은 그저 평범한 얘기가 아니고 솔직하고 진솔한 너무나 인간적인 말이다. 그가 미국의 대통령을 지낸 거인이었다면 좀 더 할 말도 많았음 직 한데 말이다. 평범하게 살다간 아이젠하워였지만 그 평범한 유언 속에는 누구도 가질 수 없는 비범이 간직돼 있었음을 사람들은 뒤에야 알았다.

인상석을 제작하다 소재가 바닥이 나 진동에 있는 수석가게에 들렀다 오는 길이었다. 통영 쪽 고속도로 톨게이트는 음지에다 창도 열려 있어 요금 징수원 아가씨가 몸씨 추워 보였다. 요금을 건네다 말고 “안에 히터라도 있습니까, 추운데 너무 고생하시네요.”하였더니 거스름돈을 주다 말고 “아, 예, 전기히터가 있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하고 나를 빤히 쳐다보는 눈이 얼핏 물기가 보였다. 나는 딸내미 같은 그 아가씨에게 따뜻한 목도리 하나 둘러주는 그런 기분을 느꼈다.코로나19로 모두가 힘든 이때, 따뜻한 말 한마디가 희망의 불씨가 되리라 믿다.言而人格, 결코 빈말이 아니다
.(이후 다음주에 계속)

감상)

능곡 이성보/현대시조 발행인

시조 작품 〈검은 고양이〉는 허원영 시인의 작품으로 2수 연 작의 동시조이다.
 
 첫 수에선 애완 고양이 네로를 가까이 하는 시인을 본다. 동그란 황금 눈알을 또르륵 또르륵 굴리고 움직이는 네로, 커튼 뒤를 살곰 살곰 지나는 매끈한 유선형 몸매의 놈을 잽싸게 잡았다. 살곰 살곰은 고양이 걸음의 감칠맛 나는 표현이다.

둘째 수에선 거만한 검은 고양이 ‘네로’ 에 대한 살가운 사랑이 느껴진다. 어디서 날아온 노랑나비, 네로는 / 무심한 척 딴청을 피다 순식간에 몸을 날려 / 노랑나비를 낚아채어 의기양양 걸어온다. / 거만한 작은 사냥꾼 // 검은고양이 네로 네로 / 다.

동시조는 평시조 형태 속에 童心을 담아내는 형식을 일컫는다.세파에 찌들고 시달리는 어른이 쓰는 동시조가 천진한 어린이들 눈에 어떻게 비칠지 적잖이 불안을 느끼기도 한다. 전통문화가 빛바래 가는 안타까운 현실 하에서 초등교육에 시조 지도가 반영되면 조기 영어 교육보다 몇 배나 가치 있는 교육이라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줄 안다. 반세기가 넘는 동안 남의 나라 흉내만 내고 살았기에 하는 말이다.
 일찍이 정완영 선생은
“국적 있는 교육을 아무리 입으로만 떠들어 봐도 민족정서가 고갈된 곳에서는 참된 한국인상은 정립되지 않는다. 하나에도 둘에도 민족정서의 함양에는 초등학교 학생 때부터 동시조 교육을 시켜야 한다고 믿는다.

          동네에서
          젤 작은집
          분이네 오막살이

          동네에서
          젤 큰 나무
          분이네 살구나무

          밤사이
          활짝 펴올라
          대궐보다 덩그렇다
                         ­정완영 ‘분이네 살구나무,’ 전문­ 

 동네서 제일 작은집 분이네 오막살이에 하늘은 제일 큰 살구나무를 선물로 심어 주었다. 밤사이 내린 가는비(細雨)에 젖어 활짝 꽃망울을 터뜨린 살구나무의 분홍빛 꽃 대궐, 사람이 지은 대궐이 이에서 더 높고 현란 하겠는가. 그래서 분이는 이 조그만 대궐에서 태어나 온 누리 보다 더 큰 꿈을, 한 봄뿐 아니라 일생동안 누리고 살아가는 것이다. 밥은 아무리 배불리 먹어도 다음 끼니때가 되면 배고파 오지만, 어린 시절 먹은 흐믓한 민족정서는 일생을 두고 생각할수록 배불러 오는 것이다” 라고 「시조창작법」에서 주창했다.
 「현대시조」 출신인 남해사람 서관호 시인은 계간지 「어린이 시조나라」를 발간하고 있다. 문학잡지, 더구나 시조잡지가 무슨 돈이 되겠는가. 나라에서 하지 않으니 개인이라도 해야 한다. 민족시를 지키려는 사명감이 아니고선 될 일이 아니다. 모처럼 佳作의 동시조를 감상하게 한 허원영 시인께 고마움을 전한다. 코로나19로 힘든 시기를 보내면서 소소한 일상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다. 코로나19는 인간성을 잃어버린 사회에 대한 경고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하여본다. 그래서 시조시인은 시조창작에 열정을 쏟는다. 시조를 쓰는 일은 오천년 역사의 맥을 잇는 일이기에 멈출 수가 없다. 허원영 시인은 또 날밤을 새리라. 좋은 시조 창작을 하느라고 말이다.
<능곡시조교실 제공>

박춘광 기자 gjtlin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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