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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을 여는 시(162):휘연 서정윤] '간이역'

기사승인 2020.10.19  02: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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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정윤:하청출생/거제대평생교육원수필창작반수료/계룡수필문학회원/2015년'수필과 비평'수필등단/2020년'문장21'詩신인상/눌산문예교실수료

월요일 아침을 여는 시 (162)

   ' 간 이 역 '
 

 

   



 


        
  휘연 서  정  윤    

골목어귀 주저앉은 목조 선술집
스치는 바람에
삐걱거리는 간판의
이 빠진 글자가 깜박거린다

벚꽃을 떨구던 미운 바람은
오래된 창틀을 비집고 들어와
잎 진 나무 같은 사람들의 어깨를
맴돌다 간다

담배연기 자욱한 허공 속으로
고단하고 힘겨웠던 한숨들이
모였다 흩어지고
탁자위의 어묵탕은 줄어만 간다

또 하루를 허물어뜨린
군상들의 이야기는 텅 빈 냄비 속에
쌓여만 가는데
나는 여기서 누굴 기다리나

굽 높은 구두 옆의 치즈케익은
앉은자리가 어색한 듯 쭈삣거리고
여닫이 출입문이 열릴 때마다
별을 품은 가로등만 기웃거린다

 

감상) 

눌산 윤일광 시인

시적화자에게서 느낄 수 있는 감정은 기다림이다. 간이역이 있는 어느 골목 목조 선술집. 안에는 하루를 고단하게 산 사람들이 담배를 뿜어대며 어묵탕을 안주로 소주를 마시고 있고, 화자는 말없이 한쪽에서 혼자 외롭게 앉아 있다. 이 좁은 선술집 안에 두 개의 대비되는 세계가 화자의 기다림을 더 외롭게 만든다.
더구나 낡은 창가의 틈새를 비집고 들어온 바람이 잎 진 나무 같은 어깨를 맴돌고 있다는 묘사에서는 외로움이 더 깊어진다. 시 속이 화자는 지금 누구를 기다리고 있는가? 굽 높은 구두로 보아 허투로 만날 사람은 아닌 것 같다. 옆에 치즈케익이 놓여 있는 것으로 보아 무슨 기념일일지도 모른다. ‘여닫이 출입문이 열릴 때마다’ 눈길이 가는데 기다리는 사람은 오지 않고 ‘별을 품은 가로등만 기웃거린다’는 말을 듣는 순간 글을 읽는 사람이 오히려 더 애가 탄다.
그런데 왜 제목이 <간이역>일까하는 데서 의문이 생긴다. 간이역이라면 선술집에서 만나 둘은 함께 기차를 타야 하는데 그런 징후는 없다. 그렇다면 간이역을 실존의 어느 기차역이라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 내 삶의 어느 한 삽화를 간이역으로 파라독스한 것이다. 간이역과 같았던 내 사랑의 감정이 내 삶의 행간에서 아직도 기억되고 있는 것이다. 놀라운 시적 반전을 제목이 보여주고 있다.우리들의 사랑이란 언제나 임시 정차하는 간이역인지도 모른다
.(눌산 윤일광 문예창작교실 제공)

 

거제타임라인 webmaster@gjtline.kr

<저작권자 © 거제타임라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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