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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거제시조選-31]김영자-'다짐'

기사승인 2020.10.16  06:3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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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자:인천출생/LS(주)미르상사대표/능곡시조교실수강/거제시조문학회회원

[금요거제시조選-31]
                               '다 짐'
                          

                              김 영 자

                             꽃 보다 잎 되리란
                          다짐하나 지녀왔네

                          꽃 피자 잎사귀는
                          왕비모신 시녀여라

                          그 다짐 무너질세라
                          하늘 자주 보았다.

                          부끄런 얼굴색은
                          구름이 가려주고

                          자주 이는 흙탕물은
                          바람이 재워주네

                          사는 게 다 그런 거라고
                          해 쌓는 걸 몰랐다.

                          모르고 지나쳐온
                          하많은 시간들이

                          이제사 돌아보니
                          하나같이 은혜여라

                          청아한 피리를 불며
                          쉬엄쉬엄 가볼까나.

천의무봉(天衣無縫)
 문학의 여러 장르 중에서 시는 항상 감정을 가장 압축된 말로 표현하는 것이므로 글자 하나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글자가 끼어 들어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글자 하나하나가 뚜렷한 존재 의미를 가지고 피가 통하고 신경이 이어져 어느 글자를 바늘로 찔러도 피가 흐르고 통증을 느끼는 생명체의 일부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특히 시조에 있어서는 음수(글자수)에 지나치게 집착하여 필요 없는 말이나 조사(토씨)를 덧붙여 쓰는 이가 있는데 이는 대단히 잘못 된 생각이다. 그렇잖아도 제한이 많은 시행 속에서 군글자가 들어간다면 이중의 제약을 받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놓일 자리에 놓인 말과 글자들이 자연스럽게 이어지지 않았을 때는 일단 그 작품은 실패했다고 보아야 한다.
군말·군글자 뿐만 아니라, 억지로 축약해서 군색하게 된 말도 또한 경계해야 한다.
시조는 정형시이므로 어디까지나 자수의 제한을 받기 마련이다. 그 제한성 때문에 까딱하다간 자수율에 얽매어 시상의 억지 투입을 보이기 쉽다. 그러나 비록 시조가 정형시이기는 하나 그다지 엄격하지 않아서 한 두 음절의 증감이 허용되고 있으므로 너무 글자 수에 집착하지 말고 시적 운율이나 내용의 전개를 자연스럽게 펼쳐 나가도록 힘써야 한다.

       사흘와 계시다가
       말없이 돌아가시는

       아버님 모시 두루막
       빛 바랜 흰 자락이

       웬일로 제 가슴속에
       눈물로만 스밉니까.


       어스름 짙어오는
       아버님 餘日위에

       꽃으로 비쳐 드릴
       제 마음 없아오매

       생각은 무지개 되어
       고향길을 덮습니다.


       손 내밀면 잡혀질 듯한
       어린제 시절이온데

       할아버님 닮아가는
       아버님 모습 뒤에

       저 또한 그 날 그때의
       아버님을 닮습니다.

                                  -정완영 〈父子像〉 전문

천의무봉(天衣無縫)은 시적 표현의 이상(理想)이다. 천의무봉은 하늘의 천사가 입은 옷은 완벽하여 바느질 자국이 없다는 말이다.
〈영괴록(靈怪綠)〉이 출처인데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시문과 서예에 능한 청년 곽한(郭翰)이 무더운 여름날 뜰에서 깜빡 잠이 들었다. 꿈에 하늘에서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다운 여인이 내려 왔다. 누구냐고 묻자 “저는 천상에 사는 직녀입니다”라고 여인이 말했다. 다가가보니 그녀가 입은 옷에는 바느질 자국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이상히 여겨 그 여인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여인은 “하늘의 옷은 원래 바늘과 실로 꿰매는 것이 아닙니다.”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천의무봉은 기술이나 기능이 경지에 이르러 완전무결하여 흠이 없거나, 시문에 능한 시인은 꾸밈이 없어 글귀가 매우 자연스러운 것이거나, 세상사에 물들지 아니한 어린이와 같이 순진함을 일컫는다.위의 정완영 선생의 시조 〈부자상〉은 천의무봉의 평을 듣고 있다.(이후 다음주에 계속)

감상)

능곡 이성보/현대시조 발행인

시조 작품 〈다짐〉은 김영자 시인의 작품이다. 3수 연작으로 된 〈다짐〉에선 자신을 낮추고자 하는 시인의 마음가짐이 오롯이 녹아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첫 수에선 매사에 자신을 낮추리라 다짐하는 심사를 읊었다. / 꽃 보다 잎 되리란 / 다짐하나를 마음속에 지녀 왔단다. 그래서 꽃이 피자 사람들의 시선은 꽃에만 머문다. / 꽃 피자 잎사귀는 왕비모신 시녀여라 / 하고 낮춤을 미덕을 시녀에 비유하고 있다. 자세를 낮추고자 하는 / 그 다짐 무너질세라 / 하늘 자주 보았다 / 고 마음을 추스린다. 지위가 높아질수록 자신을 낮추는 登高自卑란 말을 떠올리게 한다.

둘째 수에선 작은 깨달음을 얻고 있는 시인의 심회(心懷)가 엿보인다. 심회는 마음속에 품고 있는 생각이다. 더러는 살다보면 부끄러운 일도, 흙탕물도 일게 된다. 부끄러운 얼굴색은 구름이, 자주 이는 흙탕물은 바람이 재워 주나니 / 사는 게 다 그런 거라고 해 쌓는 걸 몰랐다 / 고 시인은 시치미를 떼고 있다. 그 여유로움에 미소가 절로 인다.

셋째 수엔 쉬엄쉬엄 가리란 다짐을 읊었다.
아등바등 살기에 바빠 / 모르고 지나쳐온 하 많은 시간들이 / 었는데 / 이제사 돌아보니 하나같이 은혜여라 / 라고 회고 하는 시인 / 청아한 피리를 불며 쉬엄쉬엄 가볼까나/ 하고 마무리한 종장이다. ‘가볼까나’는 시인이 자신에게 넌지시 던진 말이나 독자가 받아 새김질하고 있다. 시조의 맛이 이런 것이지 싶다.

시조 작품 〈다짐〉은 낮은 자세를 다짐하는 시인의 심성이 읽힌다. 낮은 자세, 낮은 목소리 하면 겸손이 떠오른다.〈경행록(景行錄)〉은 중국 송나라 때 지어졌다고 전해지는 책인데 지금은 전하지 않는다. 이 경행록에 기록된 많은 말씀들이 명심보감에 수록되어 있다. “굽히는 자는 중요한 지위에 오를 수 있으며, 이기기를 좋아하는 자는 반드시 적을 만나게 된다.” 말도 경행록에 기록된 말이라고 한다.
낮은 자세와 낮은 목소리를 지닌 사람이 세상을 바꾼다. 크고 빠르고 높은 목소리는 일시적인 긴장과 공포를 유발할 뿐 마음 깊숙한 곳까지 도달하지 못한다. 그 보다 오히려 낮고 느린 목소리의 여운은 끝내 사람을 움직이게 한다.
누구나 꽃이 되길 원한다. ‘꽃 보다 잎이 되리란 다짐’은 겸손이다. 꽃은 왕비요 잎은 시녀다. 시녀가 되겠다는 다짐은 당차 보인다.

시조 〈다짐〉을 감상하다 맹사성의 일화를 옮겨본다. 맹사성(孟思誠 1360~1438)은 높은 관직에 있었음에도 벼슬이 낮은 자를 대할 때면 관대를 갖추고 대문밖에 나와서 맞아들였고, 상대가 물러날 때도 손을 모으고 몸을 구부린 채 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가 거처하는 집은 초라했고, 바깥출입을 할 때도 가마 대신 소 타기를 좋아해 보는 이들이 그가 재상(宰相)임을 알지 못했다고 할 정도로 검소함이 알려져 있다. 하지만 맹사성이 처음부터 그러한 인품을 지닌 것은 아니었다. 명문가의 자손으로 뛰어난 학식을 지녔던 그가 겸손을 인생의 좌우명으로 삼게 된 것과 관련해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전해진다.

소년으로 과거시험에 장원급제하여 군수자리에 오른 맹사성은 자신의 능력에 대한 자부심과 자만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어느 날 고을을 순시 중 존경받는 고승이 있다는 말을 듣고 절을 찾았다. 맹사성은 고승에게 “스님이 생각하시기에 이 고을 다스리는 사람으로서 최고로 삼아야 할 덕목을 무엇이라 생각하시오”라고 물었다. 고승은 가만 웃고 있다가 “그건 간단합니다. 나쁜 일을 하지 않고 착한 일을 많이 하시면 됩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맹사성은 화를 내며 “그건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이치인데, 내게 해줄 말이 고작 그게 전부요”라고 거만하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 그러자 고승이 차나 한잔하고 가라며 붙잡았고, 이에 맹사성은 못이기는 척 자리에 앉았다.
고승은 찻잔에 찻물을 따랐는데, 잔에 찻물이 차고 넘치는데도 계속 따르는 것이었다. 맹사성은 놀라서 소리치며, “스님, 찻물이 흘러넘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고승은 태연하게 찻잔에 물을 따랐다. 맹사성이 화를 내며 “찻물이 넘친다니까요”라고 하자, 고승은 주전자를 내려놓으며 고개를 들고는 맹사성을 지긋이 바라보고 말하였다.
“찻물이 넘쳐 방바닥을 망치는 것은 알고, 지식이 넘쳐 인품을 망치는 것은 어찌 모르십니까” 고승의 말씀을 들은 맹사성은 흠칫 놀라며 부끄러움에 얼굴이 달아올랐고, 황급히 일어나 방문을 나가려고 하다가 그만 문틀에 머리를 세게 부딪치고 말았다. 고승은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숙이면 부딪히는 법이 없지요”라고 말했다.
그 이후 맹사성은 거만하지 않고 겸손을 몸에 익히고 실천하여 선정을 베풀어 많은 이들로부터 존경받는 인물이 되었다.  맹사성은 조선조 초기인 태종부터 세종까지 관직에 머물면서 청백리로 칭송 받았고 황희와 함께 세종을 보필하여 조선왕조의 기틀을 다지고 문화적 황금기를 여는데 크게 공헌 했다.겸손은 사람이 지녀야 할 최고의 덕목이지 싶다. 시인이 부는 청아한 피리소리가 들린다. 그 피리를 불며 쉬엄쉬엄 가고 있는 시인을 먼발치에서 보는 것도 커다란 즐거움이다.<능곡시조교실 제공>

 

박춘광 기자 gjtlin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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