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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거제시조選㉘]윤미정-'구절초'

기사승인 2020.09.26  22:4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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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미정:경남도자원봉사자체험수기일반부최우수상(2009년))/거제시조문학회사무국장/능곡시조교실수강

[금요거제시조選㉘]
                                '구 절 초' 
                

 

                              윤 미 정

                             산은 늘 하던 데로
                          소나문 품에 안고

                          세모시 담은 꽃은
                          발치에 피게 했네

                         그것도
                         서리 내리는
                         중양절에 피게 했네.

                         혼자는 외로워서
                         무리 지어 꽃은 피어

                         자잘한 속삭임에
                         갈바람도 숨 고르네

                         까실한
                         가슴 한켠을
                         자분자분 다독이네.                      

▲윤미정 상세프로필
-경상남도 자원봉사자 체험수기 일반부 최우수상(2009년)/거제경찰서 여성명예소장 이사/거제시여성예비군 소대장/장평동주부민방위기동대장/기본소생술(BLSI)강사/신문활용교육(NIE)강사/향토음식지도자/K-WATER 고객관리사/능곡시조교실 수강/거제시조문학회 사무국장  

 ◎ 좋은 시조 쓰기

 좋은 시조는 어떤 것일까. 좋은 시조는 구절구절 힘들이지 않고 쉽게 욀 수 있게 되고 언제나 새로운 느낌을 주어 백 번 천 번 읽어도 식상(食傷) 싫증나지 않아야 한다. 어떻게 하면 좋은 시조를 쓸 수 있을까. 창작 실기에서의 중요 사항을 다섯 가지로 정리하여 보았다.
 첫째, 소재가 신선해야 한다. 지금까지 지겹도록 많이 써온 진부한 소재는 독자의 관심을 자극하지 못한다. 눈을 맑게 씻고 바라보면 우리 생활 주변에 신선한 소재가 널려 있다.
 둘째, 개성이 있어야 한다. 주제뿐만 아니라 표현의 기법에서도, 운율적 가락에서도 특징을 가져야 한다.
 셋째, 말은 쉽고 생각은 깊어야 한다. 어려운 말을 쓰면 전달력이 약해진다. 중학생이 읽어도 이해할 수 있고, 대가가 읽어도 역시 좋다고 할 만한 표현이 이상적이다. 그러나 그 속에 담긴 사상은 읽을수록 감칠맛이 나도록 융숭 깊어야 한다.
 넷째, 간결해야 한다. 대하소설로도 다 하지 못할 내용을 시인은 3장 속에 압축해야 한다.
 다섯째, 감동을 주어야 한다. 이론을 초월해서 기뻐 날뛰게 하기도 하고 흐느껴 울게도 할 수 있어야 한다. 서정의 바탕위에서 지성이 번득일 때 차원 높은 감동은 유발되는 것이다.
 다음 시조를 감상하여보자.
 
          한 자락 물안개가
          홰를 쳐야 날이 샌다

          새벽 달 지쳐 누운
          금송산 자갈 넘어

          갓 띄운 생각 하나가
          별로 남아 눈 뜬다.

          개 짖자 눈 부비는
          연지 빛 하늘바탕

          깊은 골 어둠일랑
          휘장 걷 듯 거둬 들고

          하룻 길 가벼운 행보
          흙내 밟아 오른다.

                            -홍준오 「아침에」 전문

 素山 洪俊五 시인은 거제 출신이다. 1993년 6월 7일 별세한 시인을 두고 시인이자 평론가인 金光洙는 素山의 시에는 神氣가 살아 있다고 했다. 素山의 시를 읽다 보면 시의 본질이 전달에 있는 것이 아니라, 詩語의 묘미에 있다는 것을 느낀다. 우리말의 언어구사가 이렇게 아름답게 조화를 이룰 수 있다는데, 경탄하게 되는 것이다. 詩語의 유추(類推)를 이렇게 구사할 수 있는 그의 필력은 그의 순수하고 아름다운 심성에서 나왔다고 그를 아는 사람들은 하나 같이 말한다. 천도 대교 입구에 시인의 시조비가 서있다. 시조비에는 「懷鄕」이란 시조가 수록되어 있다.(이후 다음주에 계속)

감상)

능곡 이성보/현대시조 발행인

시조작품 〈구절초〉는 윤미정 시인의 작품으로 2수 연작의  서정시조다.구절초는 가을철에 피는 수많은 ‘들국화’들 중에서 그 미모나 품위에 있어서 단연 으뜸이다.

첫 수에선 산의 발치에서 중양절에 피는 구절초를 읊었다. 산은 소나무를 품에 안고 있다. 소나무를 편애 하는 양 / 산은 늘 하던 데로 소나문 품에 안고 / 있다. / 세모시 담은 꽃은 발치에 피게 했네 / 라고 구절초에 동정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구절초의 하얀 꽃잎을 두고 세모시를 등장시킴은 그 착상이 신선하다 하겠다. / 그것도 서리 내리는 중양절에 피게 했네./ 중양절은 음력 9월 9일로 이때 서리 내리는 상강절기다. 서리와 구절초, 절의가 넘치는 종장이다.

둘째 수 군락의 구절초에서는 감회다.
  /혼자는 외로워서 무리 지어 꽃은 피어/ 있다. 만개하면 할수록 순백이 되는 꽃, 산색과 어울리면 고혹을 느끼게 되리라.
 / 자잘한 속삭임에 갈바람도 숨 고르네 / 갈바람에 꽃잎이 자잘하게 흔들린다. 마치 속삭이듯 말이다. 이를 엿듣노라 갈바람도 숨을 고른단다. 척박한 땅에 뿌리를 내리면서도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구절초, 이를 보노라면 / 까실한 가슴 한켠을 자분자분 다독이네./ 라고 말하는 정감어린 시인의 눈길은 오래오래 구절초에 붙박혀 있음을 알수 있다. 까실한 가슴 한켠의 표현은 감칠맛 나게 격을 살리고 있다. 그것도 자분자분 다독이고 있으니 더욱 그러하다.
 
 구절초라는 이름은 九折草 혹은 九節草라는 한명(漢名)에 암시되어 있다. 九折草는 음력 구월구일 중양절(重陽節)에 이 꽃을 채취한 것이 가장 약효가 좋다 한데서 유래했다. 九節草는 줄기의 마디가 단오에는 다섯, 중양절엔 아홉 마디가 되기에 붙여진 이름이라고도 한다.
 시조작품 〈구절초〉에서는 형상화(形象化)가 눈길을 끈다. 형상화란 형상이 없는 것을 형상이 있는 것으로 표현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모든 예술 행위는 곧 형상화의 작업이다.
 가령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은 알몸의 한 사나이가 주먹으로 턱을 괴고 앉아 있는 형상으로 표현되어 있다. 로댕은 모델을 그대로 재현한데 그친 것이 아니라 그 형상 속에 모델에게는 없는 ‘사색’이라는 형상을 만들어낸 것이다.  〈구절초〉에서는 / 서리 내리는 중양절 /이 오상고절(傲霜孤節)을 형상화 했다. 오상고절은 서릿발이 심한 속에서도 굴하지 아니하고 외로이 지키는 절개라는 뜻이다.
 구절초는 산과 들에 자생하는 들꽃이다.
 구절초는 번식력이 강하고 자생지가 비교적 넓은 편이다. 흰색 꽃이 흔하지만 강원도 영서나 영동지방에선 연분홍색 꽃이 많다고 한다.
 흔히들 쑥부쟁이와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 쑥부쟁이와 벌개미취는 보라색 꽃잎이다. 이들을 총칭하여 들국화라 부른다. 이들 ‘들국화’에는 향기가 없으나 구절초에는 식물전체에서 국화 향기가 나서 사랑받고 있다.
 ‘선모초(仙母草)’ 라고도 불리는데 옛날에 아이가 생기지 않아 애태우는 여인이 있었다. 온갖 방법으로 아이를 가지려고 무던히도 노력하였지만 허사였다. 실망과 근심이 가득한 여인에게 어느 스님이 찾아와 한 사찰을 알려주며 거기에 가서 지성을 드리라고 했다.
 사찰에서 여인은 지극정성으로 치성을 드리면서 사찰주변에 활짝 핀 구절초 달인 차를 마시면서 그렇게 세월이 흘렀다.
 여인의 치성에 하늘도 감동하였는지 이 여인은 아이를 가지게 되었다.
 이 소문은 전국으로 퍼지면서 구절초 달인 차가 임신에 도움을 준다하여 구절초를 선모초 라고도 불리게 되었다. 우리나라에는 몇 가지 비슷한 종이 있는데 번식력이 강하고 약재로도 쓰인다.
소년등과(少年登科)라는 말이 있다. 어린나이에 과거에 급제하여 높은 자리에 오르는 것을 의미한다. 일찍 출세했으니 모두 부러워했을 것이고, 예로부터 최고의 경지로 높이 받들었으련만 그렇지 않았다. 부득호사(不得好死)라 하여 좋게 죽은 사람이 없다는 말도 있다.
 서리 내린 뒤에 늦게 피는 꽃, 그래서 옛 사람들은 그 절의를 높게 평가하여 菊에게 인격을 부여하여 君子라 했다.구절초는 말려서 베개 속에 넣으면 두통이나 탈모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코로나19’로 세상이 멈추었지만 올해 서리 내리는 霜降은 10월23일이고 重陽節은 10월 25일이다. 세모시 담은 꽃을 만나려 가볼까나. 가서 구절초와 더불어 까실한 마음 한켠을 자분자분 다독이는 청복도 누리고 싶다. 벌써 가을인지 고추잠자리 군무도 보인다.<능곡시조교실 제공>

 












 

박춘광 기자 gjtline@naver.com

<저작권자 © 거제타임라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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