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옥영재)장승포생/중앙대졸/《문장21》신인상/고운최치원문학상/월요문학작품상/거제문인협회원./눌산문예창작교실수료/주)제이케이對馬高速PERRY회장
월요일 아침을 여는 시 (151)
'무거운 하루'
해정 옥 영 재
친구와 들판을 헤매고 돌아온 날
비에 젖은 몸을
햇살에 말리는 너를 본다
피부를 할퀸 추위가
슬픔처럼 지나간다
살점이 뜯겨 간 자리에 드러난 뼈를
고인 피로 잎처럼 가리며
밟히는 무게로 살아가는 너만의
고뇌가 어두운 빛으로 나에게로 왔다
이 빠진 메스처럼 숙기 없는 나는
이 슬픔의 묶음을 견디지 못해
젖은 눈으로 허공을 들어 올린다
설핏 본 친구의 마음 또한 그랬을까
추락하는 일에 익숙한 너처럼
나도 한 때는
종양처럼 자라는 악성에 눌려
운명이란 말을 간단없이 받아들였다
내속에 또 다른 내가 있는 듯
의지를 이탈한 인공위성처럼
괘도를 찾지 못한 일상으로
푸른 녹물을 끝없이 쏟아내는 너를 보며
빗물에 짓밟힌 내 하루가 무거웠다
해를 따라 저물어 가는...
감상)
눌산 윤일광 교수 |
사는 일이 왜 이렇게 고단한가? 친구여! ‘살점이 뜯겨 간 자리에 드러난 뼈를 / 고인 피로 잎처럼 가리며 / 밟히는 무게로 살아가는 너’ ‘추락하는 일에 익숙한’ 친구의 아픔을 나 또한 너에게 어찌할 수 없을 때 하루는 무겁다.
동병상련(同病相憐)이랄까. 운명이라는 말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괘도를 이탈한 일상’은 돌아올 줄 모른다. 아픔에 대하여 무거운 마음이지만 함께 할 수 있는 친구가 있어 행복하지 않는가. 우리는 그런 친구를 그리워해야 한다. 슬픔 속에 숨어 있는 따뜻함의 패러독스를 시인은 말하고 싶었던 게다
(눌산 윤일광 문예창작교실 제공)
서정윤 기자 gjtline09@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