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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철거제찬가⑪]'거제 마음을 열어주는 바다'

기사승인 2020.05.31  19:5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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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철/시인 수필가 향토사연구가

⑪ 거제 마음을 열어 주는 바다

                                      시인 수필가  이 승 철

합천 산촌에서 자랐기 때문에 바다가 동경의 대상이 되었다. 태어나 자란 곳은 소백산맥의 지맥인 가야산과 황매산이 병풍처럼 둘러져 있고 험준한 산들이 빼곡이 하늘을 찌를 듯한 협곡 마을이다. 그래서 고을 이름을 합천(陜川)이라 할 만큼 심산유곡이다. 자나 깨나 산을 바라보고 살았다.
  봄의 약동, 여름의 신록, 가을의 단풍, 겨울의 설경은 산촌에서 볼 수 있는 아름다운 계절의 변화다. 소박한 산과 정겨운 물소리를 들으면서 청아한 정신을 기르고 유유자적한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산이 앞뒤로 막혀 있어서 답답한 느낌이 들 때는 확 터인 바다가 그리워졌다. 그럴 때마다 바다가 있는 곳에 가서 살고 싶었다. 부산, 마산, 인천, 동해 등지의 바닷가에서 잠시 정착하여 살았지만 꿈에 그리던 낭만적인 바다의 절경을 느끼지 못했다. 도시와 인접하고 있는 바다는 오염되어 있고 동해는 성난 파도와 거센 바람이 살벌하게 불어와서 무섭게 느껴졌다. 내가 찾는 바다는 조용하면서도 외롭지 않고 섬들이 있는 청정 해역이다. 그런 곳이 쉽지 않았다.
  젊은 패기로 사업이다 정당 생활이다 하면서 헛된 욕망을 키우다가 가정을 파탄 지경에 이르게 하였다. 그 죄책감 때문에 귀양 가는 죄인 심정으로, 육십년대 말쯤에 책상 하나, 이불 하나를 걸머지고 무작정 찾은 곳이 거제도다.
  거제도는 사면이 바다로 되어 있는 호호 막막한 섬이다. 거센 파도와 싸우면서 생활하는 어촌 사람들의 기질은 거칠고 인심은 각박할 줄 알았다. 그러나 와서 보니 그런 생각은 기우에 불과했다.
  섬이란 문화권 속에서 한 가족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인정이 바다처럼 넓고 포용력이 있었다. 무단 침입한 나를 아무런 의심과 거리낌 없이 받아주었다. 사용료도 받지 않고 방을 내어 주고 해조류와 채소를 이웃사촌같이 생각하면서 주던 고마운 인심이 정착의 닻을 놓게 하였다.
  그런 인심이 칠십 연대 들어와서 세계 굴지의 대우와, 삼성조선소가 들어서고부터 각 지역에서 많은 사람들이 유입되면서 그 좋던 인심이 달라졌다.
  거제의 순수한 문화가 희석되어 하루하루 달라져 가고 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불안한 생각이 든다. 치열한 생존 경쟁이 일어날 조짐이 보이는 이곳에서 오래 지탱하기 어려울 것 같다. 사람의 채취가 풍기는 인심 좋은 고장을 찾아서 떠나야겠다. 어디를 가야 하나, 바다가 있는 곳이 어딜까? 마땅한 곳이 생각나지 않는다. 또다시 떠나고 싶지만 이제는 부양할 가족이 있고 새로운 삶의 터전을 구축할 의욕을 잃었다. 그리고 가족 이상으로 정이 들고 소중하게 느껴지는 것이 있다. 청정 해역의 다도해와 벽파수도다.
  바다는 거침없고 넓다. 마음을 열어주는 대도의 문이 있고, 희망이 파도 속에 넘실댄다. 갈매기의 춤과 노래가 있고 안개 속에 숨바꼭질하는 섬들이 있다. 섬과 섬 사이를 헤집고 다니는 어선들의 한가로운 광경은 평화롭게 느껴진다.
  수평선에는 정열이 넘치는 태양이 솟아올라 찬란한 빛이 장관이다. 그런 바다를 보면서 용기를 내고 힘찬 전진을 한다. 광활한 바다를 보면 온 세상을 마음대로 휘젓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

 바다는 예측할 수 없이 변한다. 노도 같은 풍랑이 산을 삼킬 듯이 포효를 하다가도 순풍의 손길이 다이면 온순해진다. 태풍과 노도를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파도가 휩쓸고 간 바다는 새롭게 생기를 되찾는다. 변화가 없으면 발전이 없다. 고통과 괴로운 희생이 있더라도 한바탕 소란스런 청소가 창의적인 발전의 계기가 될 수 있다.
  파도를 닮은 내 성질은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고 폭발하는 과격한 성질이다. 정의로운 일에는 혼신을 다하여 인정을 베푼다.
  나와 가까이 지내는 사람들은 이런 성격은 군인이나, 혁명가로 적격이라며, 때를 잘 만났으면 온갖 부조리와 야합하고, 모략중상과 권모 술수가 판을 치는 세상을 새로운 모습으로 바꾸어 놓았을 것이라 한다.
  살아오는 동안 그런 성격 때문에 많은 피해를 입었다. 그러면서도 정의로운 일에는 굴하지 않고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곤 했다. 그 바람의 파도에 씻기어 나간 온갖 쓰레기들의 원성과 질타로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이 살았더라면 내 운명도 달라졌을 것이다. 중용을 지키며 살아야지 하면서도 좀처럼 고쳐지지 않는다.
  타고난 성품을 수도
 하면서 개선하려고 노력을 하고 있지만 파도처럼 일어나는 마음은 주체하기 어렵다.
  가끔 가슴속에 정의의 불길이 활활 타올라 겉 잡 을 수 없을 때는 마음을 삭이기 위해 즐겨 찾는 곳이 있다. 남부면 홍포 여차 해변이다. 언제 봐도 안온하고 아름다운 곳이다.
  이곳에는 용처럼 생긴 바위가 있다. 이 바위에 오르면 다도해의 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확 터인 바다가 불타는 마음을 진화 시켜주고 울적한 마음을 진정시켜 준다. 잔 파는 부드러운 손길처럼 살랑이고 정겨운 바람 소리는 온갖 시름을 잊게 한다.
   그 바다는 내 마음을 열어 주는 활력소다.

박춘광 기자 gjtline@naver.com

<저작권자 © 거제타임라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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