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광용 시정구호, 내실 없는 무지개빛 슬로건은 아닌가?'
거제시, '세계로 가는 평화'를 위해 무얼해 왔는가?
자치단체의 정책추진 명분이나 특성 있는 시책을 대표적인 이미지로 장기간 반복 추진하는 간결한 말 혹은 문장이 '시정 구호' 또는 '시정 슬로건'이라고 할 것이다. 시정구호는 기업의 브랜드 슬로건과 같아 장래 명운을 좌우한다.
변광용 거제시장은 2년 전 취임하면서 거제시정 슬로건을 '세계로 가는 평화의 도시, 거제'라고 거대한 일성을 밝혔다. 세계평화를 추구하는 일은 우리 국민과 지방정부, 중앙정부 그리고 온 인류가 부정하지 못할 염원이지만 이를 추구하는 일은 아주 원대하고 큰 개념이랄 수 있다.
국내의 여타 지자체들 시정구호들은 대체로 무지개빛 희망사항이 아닌 생활 밀접형 시민중심의 시정구호나 목표설정이 대부분이고 시민공모를 통해 정해지는 사례가 많다. 여수시는 '남해안 중심도시 큰 여수 건설' 라거나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희망의 도시, 소득 2만불 시대를 여는 부강도시 건설'이 그렇다. 경기도 화성시는 “기분좋은 변화, 행복한 화성”, 대전광역시는 '시민을 행복하게, 대전을 살맛나게', '안전한 대전, 따뜻한 이웃. 건강한 시민' 같은 실사구시의 슬로건들이 주류를 이룬다.
그런데 이러한 시정구호 보다 훨씬 스케일이 크고 그래도 여유로운 맛까지 나는 '세계로 가는 평화의 도시, 거제'라고 했으니 한편 더 멋지고 보다 먼 장래를 내다보는 예지가 함축된 것으로 보였다. 그렇다면 거제시는 이와 병행한 사업이나 시책을 끊임없이 추진하고 있는가?라고 묻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런데 답은 'NO'다. 짐작컨데 세계로 간다고 한 것은 세계 최대의 양대 조선소를 두고 5대양을 누비는 조선을 의식한 것 같고, 평화의 도시는 한국전쟁과 포로수용소의 역사적 의미 그리고 임진왜란 당시 첫 승첩지를 옥포만에 두고 있는 사실을 염두에 고려한 것 같다고 느겼다.
기초자치단체로써 생활밀착형이거나 지방자치의 발전과 시민의 안녕과 복지도시로 향한 의지보다는 더 높은 개념의 '세계로 향하는 평화'를 내걸었으니 무언가 다른 지자체 보다는 이 분야에서의 독특한 시책을 한가지라도 제대로 보여주었어야만 했지만 구호 뿐이었다. '세계로 가는 평화의 도시 거제'는 지금 어디쯤 가고 있는 것일까?
이와 관련해 거제시가 그동안 추진해 온 시책 중 눈여겨 볼 것들은 한 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한을 방문한다는 설이 있을 때 환영행사를 열겠다고 수천만원의 예산까지 편성했지만 결국 기약없이 방문이 무산되자 이후 다른 시책 제시는 없었다. 남북교류협력기금 30억 조성도 지금은 때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포로수용소와 관련해 국제세미나라든지 세계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어떤 행사나 학술적인 연구도 보이지 않았다. 세계가 기상이변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현실이니 지구환경 보존을 위한 국제행사라도 있는지 보아도 없고, 세계인의 눈을 사로잡을 관광정책도 없다.
겨우 최근에 눈에 띄는 것이 오는 6월 25일에 거제시의 운명을 되새김질 하는 의미로 '평화의 섬'으로써 운명을 지닌 거제시 의미를 담는 공연을 베토벤 '운명교향곡 시리즈'로 거제문화예술회관에서 열겠다는 것이 고작이다.
2020년은 베토벤 탄생 250주년 해로 인간 이성과 예술을 통한 시대를 뛰어넘는 ‘보편적 인간의 구원과 세계 평화’, ‘인간 정신의 승리’를 되새겨 보고, 다함께 꿈꾸는 세상을 소망해 보면서 올해 전국 공연장 최초로 <운명>, <영웅>, <합창>의 베토벤 교향곡 시리즈를 기획해 거제시의 세계평화를 향한 운명적 위치를 함께 준비했다는 것이다. 오랫만에 반가운 소식이지만 이것만으로는 너무 빈약하다.
시정구호 및 시정방침의 시대정신은 대체로 진정한 자치분권을 통한 상식과 원칙이 통하는 나라다운 나라와 든든한 지방정부를 시민과 함께 만드는 것이 시대적 사명이다. 시대정신을 실천하는 기분좋은 변화로 거제를 대한민국 최고의 행복도시로 만들겠다는 약속이 더 질실해 보이지만 거제시는 이보다 훨씬 더 큰 그림을 그려놓고는 그속에 알맹이를 채우지도 못한다.
소통과 참여의 가치를 바탕으로 市가 제역할을 똑바로 하면서 시민 스스로도 시정에 참여하고 의사를 결정 할 수 있는 도시를 만들어주는게 더 좋을듯 하다. 철저히 기우러진 운동장처럼 이념에 사로잡히거나 진영논리에 뻐져 선거때의 표만 의식하는 시정 보다는 누구나 참여하고 함께 어깨를 겨루는 시정이 되기를 기대한다.
변광용시장은 남은 임기와 더 긴 지역 내에서의 영향력을 미래에 내다보면서 진정 시민들게 다가가고 제시해야 할 시책이 무엇인지를 곰곰히 생각해서 그 누구하나 소외되지 않고, 다함께 행복할 수 있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 정파적 이념, 진영 논리가 아닌 모든 시민이 행복해질 수 있는 거제시가 되도록 만들어어야만 할 책무가 있는 것임을 명심해 주길 바란다.
박춘광 기자 gjtlin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