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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거제시조選]⑩윤윤주 -'어느 도공의 꿈

기사승인 2020.05.22  08:3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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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윤주/웅천찻사발보존연구회원/거농문화예술원실장/동아대서양화전공/능곡시조교실수강

「금요거제시조選⑩」
  어느 도공
의 꿈  

윤  윤  주 


불귀의 넋을 기려
자처한 후예의 삶

묻혀진 도편 깨워
   장인의 혼 헤아리네

재현은
아득한 염원
       빚고 빚는 황토여.

무심히 타는 불꽃
  으슴푸레 열리는 문

그 불길 마주하여
온 밤을 지세우면

거칠고
다정한 찻사발
은혜인양 받든다.

혼불 지핀 외길 인생
그 끝을 모를네라

실패한 사발들을
깨뜨리며 뜯어보고

또다시
날 세우는 밤
꿈을 빚는 저 손길.

                            *진해 웅천요 최웅택 사기장.

▲윤윤주 상세프로필
웅천찻사발보존연구회 회원/거농문화예술원 실장/동아대 서양화 전공/능곡시조교실 수강/거제시조문학회 회원

 시조 짓기의 과정
주제(主題)의 설정
주제는 작품의 중심 사상이다. 작가가 작품을 창작하는 것은 독자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하는 것이다. 이때 메시지의 요점이 주제이다. 주제는 글 내용의 핵심이므로 알맹이 없는 글은 죽은 글이나 마찬가지다.

늦가을 한강 하구
해넘이를 바라본다

하늘은 꼭두서니
자주 구름 황금물결

단 하루 마감하는데
저리 황홀하다니.

〈장순하 시조집 ‘서울귀거래’ 중의 ‘낙조’〉

 작품의 주제는 ‘황홀한 종말’이 되겠는데 그 주제어들이 작품 속에 드러나 있다. 따라서 주제는 짤막하게 표현되는 것이 예사이다. 예컨대 애국사상의 고취, 인생무상의 한탄, 아름다운 풍경의 찬미 따위가 그것인데, 이것을 줄여서 구국운동, 인생무상, 아름다운 풍경 따위로 표현할 수 있고 더 줄여서 애국, 무상, 풍경이라고만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한편 주제를 남이 얼른 알아차릴 수 있게 짤막하게 문장화한 것을 주제문이라 한다. 가령 3·1운동을 소재로 한 시조를 짓는다면 파고다공원, 기미 독립선언서, 민족 대표 33인등 3·1운동에 부수되거나 3·1운동으로 연장되는 사물들을 끓어 넣어 제재를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주제를 구국운동으로 설정한다면 ‘3·1운동은 우리민족이 자주독립을 쟁취하려고 궐기한 구국운동이었다’라는 주제문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주제 문제에서 주의할 것은 주제가 겉으로 노출되지 않고 안에 숨겨져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지난주에 ‘소재의 제재화’에서 소개한 이영도의 ‘석류’는 ‘작가의 내적 성숙’이 주제가 될 것인데, 주제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고 표현 안에 숨겨져 있다. 이런 것을 흔히 ‘내재적(內在的) 주재라 한다.’

현대시조에 나타난 주제의 성향은 대체적으로 자연, 인륜, 계세, 애정 등의 순서로 나타나고 있는데, 시대의 흐름에 따라 화제시, 문제시, 저항시, 환경시, 생태시 등과 같이 많은 변화를 보이기도 한다.

서정성을 바탕으로 삶을 경견하고 담담하게 성찰하는 시인으로 알려진 천양희 시인은 「수직으로 일어서는 생명의 나무」라는 글에서 “수수하면서 속이 꽉 찬 시, 읽은 뒤에 다시 곱씹게 하는 시, 읽는 순간 정신이 들게 하는 시, 울림이 크고 깊은시, 한번 읽어도 오래 남는 시, 여운이 여백을 채우는 시, 가슴으로 받을 수 있는 시들이 시단의 진수성찬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적고 있다(이후 다음 주에 계속)

감상) 

능곡 이성보/현대시조 발행인

조 작품 〈어느 도공의 꿈〉은 윤윤주 시인의 작품으로 스승인 진해 웅천요 사기장의 이도 다완 재현의 꿈을 3수 연작으로 읊은 서정시조다.

첫 수에선 정유재란이 끝날 무렵 강제로 일본으로 끌려가 불귀의 혼이 된 웅천 도요지 125명의 도공의 희생을 잊지 않기 위해 선조 찻사발 재현을 남은 인생의 목표로 삼은 스승 최웅택 사기장의 /불귀의 넋을 기려 자처한 후예의 삶/을 초장으로 열면서 묻혀진 도편을 깨워 장인의 혼을 헤아리며 황토를 빚고 또 빚는 재현의 염원을 그렸다.

둘째 수에선 전통 통가마속 1260°C의 /불길 마주하여 온 밤을 지세우면/ 무심히 타는 불꽃 속에 /거칠고 다정한 찻사발 은혜인양 받든다./는 佳句로 종장을 마무리 했다.

셋째 수에선 400년 도공의 숨결을 잇기 위해 /혼불 지핀 외길 인생 그 끝을 모를네라/ 그렇다 끝 간데를 모를 장인의 길이 아니련가. /실패한 사발들을 깨뜨리며 뜯어보고/ 도편은 산을 이루고 재현의 길은 아득하기만 해라./또다시 날 세우는 밤 꿈을 빚는 저 손길/ 이여 어찌 거룩하다 하지 않으리오.스승에 대한 다 함 없는 존경심, 어찌 미쁘다 하지 않으리오.

임진왜란은 ‘도자기 전쟁’으로 불린다.
차 문화는 중국에서 시작되어 한반도를 거쳐 일본으로 건너갔지만 일본은 이를 도의 경지로 끌어 올렸다. 다도의 전성기이던 임진왜란 당시 조선의 다완(茶碗)은 성(城)하나와 바꿀 정도의 가치를 가졌다. 임진왜란이 ‘도자기 전쟁’으로 불리는 이유다.

품질 좋은 조선의 도자기는 부와 명예의 상징으로 여겼다. 일본인들의 도자기에 대한 집착은 임진왜란 당시 적나라하게 나타났다. 1598년 정유재란시 남원성을 공략한 후 80여명의 도공들을 끌고 가는 등 전쟁기간 내내 수많은 조선의 도공들을 계획적으로 납치했다. 1867년 파리 만국박람회에 출품되어 세계적인 명품으로 주목 받았던 가고시마(鹿児島)지역의 사쓰마야키(薩摩焼)는 임진왜란때 끌려갔던 조선 도공의 후손들이 만들고 발전시킨 것이다. 특히 사쓰마야키의 최고 장인으로 손꼽히는 심수관(沈壽官)은 널리 알려진 조선도공의 후예다.

파리 만국박람회 이후 사쓰마야키는 세계적인 명성을 얻으며 팔려나갔다.

조선이 천시했던 도공들을 일본은 사족(士族·사무라이)으로 모시며 대접했고 그런 환경에서 기술을 갈고 닦은 장인들은 서양사회에 자포니즘(japonisme : 19~20세기 초 유럽에서 일본 미술과 문화를 즐기고 선호하는 현상) 바람을 불러일으키며 일본의 근대화에 영향을 끼쳤다. 이렇게 이뤄진 일본의 근대화와 부의 축적은 결국 제국주의로 이어지게 되어 조선을 강점했다. 실로 아이러니 한 순환이 아닐 수 없다. 문화는 알아주는 눈이 있어야 빛나고 살아남는다.

400년 전의 찻사발 재현을 여생의 목표로 삼았다는 진해 웅천요의 최웅택 사기장, 이런 장인이 계시기에 아직은 살만한 세상이다. 윤윤주 시인은 최웅택 사기장의 제자다. 그 스승에 그 제자라 하던가. 시인의 눈빛에서 나는 진실을 보았다.<능곡시조교실 제공>

박춘광 기자 gjtline@naver.com

<저작권자 © 거제타임라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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