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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평동 소음방지벽은 새들의 죽음벽

기사승인 2020.03.07  18:3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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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많은 새들이 연이어 죽어가는 사실이 안타까워

거제시 장평동 장평중학교 부근 공립 어린이집 옆에 설한 소음 방지벽이 새들의 죽음벽이 되고 있어 이 길을 통행하는 주민들의 가슴을 아리게 하고 있다.

 때로는 한 두마리가 어느 때는 몇 마리가 소음 방지벽에 부딪혀 죽어 있다.

가끔 언론에 팔색조가 유리창에 부딪혀 죽은 개체가 보도되기도 했지만 이렇게 여러마리의 새들이 소음 방지용 도로벽에 부딪혀 죽은 현상은 그다지 흔하지 않는 사례다.

장평동 삼성중공업 체육관 인근에 설치된 이 방음벽은 주택지 가운데 어린이집과 중학교 등이 차량 소음을 조금이나마 저감시키기 위해 설치된 것이기는 하나 인근 산속 등에서 생활하는 새들에게는 죽음의 장벽이 되었다.  

수필
                     '새야새야'
                                                    서   정   윤
 저만치 방음벽이 보인다. 서너 걸음만 더 가면 또 만나게 되겠지. 차라리 눈을 감는다. 왔던 길을 뒤돌아서 다른 길로 갈까. 설마 오늘은 별 일 없겠지. 출근 때마다 항상 이 자리만 오면 멈칫거린다. 쓸데없는 고민을 하면서도 매일 아침 이 길을 걷는다. 통행 차량도 많지 않은데다 한적하고 깨끗해서다. 밑에 위치한 아파트 옆을 따라가면 이보다 더 좋은 오솔길도 있는데 꼭 수행자의 구도처럼 이곳을 들어선다. 아마도 볕이 좋아서 이 길을 선호하는 것 같다. 새로 난 포장로를 끼고 있는 길이라 가로수도 큰 건물도 없다. 햇살에 그늘이 없어서 겨울에 걷기는 안성맞춤이다. 계곡 위로 세워진 높고 긴 방음벽이 바다에서 불어오는 찬바람을 막아주니 더 따뜻하고 아늑하다.

두어 달 전쯤부터다. 아침마다 장례를 치른다. 방음벽에 부딪혀 떨어져 죽은 새의 시체들을 묻어준다. 얼어붙은 야산의 편편한 땅을 골라 흙을 둥그렇게 파서 묻어 주는 게 전부다. 그 순간만큼은 나도 새가되어 나름 엄숙해진다. 염을 하는 사람이 되었다가 상여를 들고 옮겼다가 종내는 소리까지 한다. 누가 시키지도, 꼭 내가 안 해도 될 일을 형(刑)을 받듯이 치른다. 사람이 편하게 지내자고 만들어 놓은 시설에 죄 없이 죽어간 여린 생명이 가련해서.

“잘 가라 더 좋은 세상으로 가서 훨훨 날아라.” 속으로 새기듯이 이 말 밖에 해줄게 없다. 인간의 이기는 날마다 죄 없는 생명을 죽인다. 처음엔 한 마리였다. 다음날은 또 그 다음날은 새의 사체가 자꾸 불어났다. 영혼을 잃은 작은 몸뚱이들이 땅에 떨어져 나뒹구는 모습을 마주하기가 편치 않다. 춥고 긴 겨울밤을 싸늘하게 식어 갔을 게다. 본능에 따라 그저 날고자 했던 일이 죽음을 부를 일인가. 처음엔 망연자실 했다. 겪어보지 않은 일이라 두렵고 떨렸지만 지금은 익숙해졌다. 죽음을 치르는게 익숙하다니 아이러니다.

기를 쓰고 날고자 할 때가 있었다. 벽에 부딪히면 부딪힐수록 더 기를 쓰고 덤볐다. 욕심에 눈이 멀어 투자금액을 다 날렸다. 그때 지역경기가 한참 좋아서 부동산이 고공행진을 할 때다. 뭐든 투자하면 금방 부자가 될 줄 알았다. 새의 눈에 보이지 않는 방음벽처럼 건설회사의 솔깃한 술수가 내 눈에는 보이지 않았다. 나의 어리석음으로 그들의 빈 지갑을 채워줬다는 걸 알았을 땐 거대한 조직은 방음벽 안쪽에서 내 신음소리를 차단시켰다. 잃은 재산을 되찾으려 거대한 그들의 벽에 부딪혀 매일매일 피투성이가 되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스스로 힘이 빠져 바닥에 나뒹굴었다. 그때 바닥을 치는 고통을 겪으면서 차라리 새가 되고 싶었다. 그 조직의 벽이 너무 단단해서 다 내려놓고 어디든 훨훨 날아가고 싶었다.

새는 자기가 나는 가속도로 창공을 날았을 것이다. 생명을 위협하는 방해물이 있을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때의 나처럼. 아침마다 제 명을 다하지 못한 새의 죽음을 보며 날마다 죽음을 떠올리던 그때가 생각난다. 머리를 벽에 박고 가슴을 치며 뒹굴던 나도 어쩌면 무지하게 죽어가는 저 새와 같았다는 걸.

장갑 낀 손으로 싸늘한 주검들을 집어 든다. 흔들리는 꽃에 앉아서 지저귀거나 여린 날개를 펴서 비상할 때의 그 신비로움은 접은 날개 속에 감추고 손에 잡힌다. 살아서는 절대로 내 손에 잡혀주지 않을 세상의 귀한 존재가 아니던가. 화장품이 들은 파우치를 꺼내 핸드백 속에 쏟아 붓고 관에 넣듯이 조심스럽게 담았다. 어제 빌었던 그 간절한 기도를 다시 되풀이 한다.

“새야 새야, 다시는 인간이 사는 세상엔 오지마라. 먼 이야기 속에서나 전해오는 전설 속에서만 살아라."

    

서정윤 기자 gjtline09@naver.com

<저작권자 © 거제타임라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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