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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금숙칼럼]'따뜻한 의자'

기사승인 2020.01.26  04:5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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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금숙;시인/세계항공월드투어대표

                               따뜻한 의자

                                                    이     금     숙

유난히 따뜻한 겨울이다.
대한이건만 날씨는 영상을 맴돌고 복수초가 벌써 꽃을 피웠다고 야단이다. 거제도의 겨울은 동백꽃이 피면서 시작된다. 가로수마다 빨간 봉오리로 장식한 동백의 소박한 자태가 남녘의 푸르름을 다해주고 있다. 특히 남부의 해안선은 동백나무천지다. 엊그제 동부에 볼 일이 있어 고현 터미널에 도착해 남부행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해질녘 저녁 날씨는 낮에 비해 제법 쌀쌀했다. 시간 간격으로 있는 남부행 버스를 기다리는 플랫폼에는 구정 세밑을 맞아 시장 보러 나온 짐을 든 노인들이 서 있거나 옹기종기 의자에 앉아 계셨다.
예전에는 나무의자가 있었고 지난 번 중학생 사망사고가 난 이후로는 버스가 정류장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방지턱도 새롭게 만들어 정류장과 인도를 구분시켜 놓았다. 연하장 손님들이 떠나고 빈자리가 있어 나도 슬며시 의자에 엉덩이를 걸쳤다, 노인들이 앉을 자리지만 없을 땐 잠시 앉아 휴식을 취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 자리를 잡고 앉았다.
조금 있으니까 엉덩이가 따뜻해져 오면서 온 몸의 추위가 플리는 느낌이 들었다. 오호 이런 거도 있었네. 따뜻한 의자였다. 의자에 전선을 넣어 노인들이 많이 이용하는 정류장의 의자에 온돌 느낌을 주는 열판을 깔아 이용객들이 잠시라도 추위를 잊게끔 야외 의자 모두를 그렇게 만들어 놓았다. 누구의 아이디어 인지는 모르겠으나  참 고맙고 따뜻한 배려가 아난가
춥고 각박한 세상에 조금이라도 온기를 느낄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이다.
예전에 일본 북해도를 갔을 때 어느 버스 정류장에서 이런 따뜻한 느낌을 받은 적이 있었다.
휴게소 였는데 한켠에 버스 정류장이 있었고 그곳에는 따뜻한 차와 따뜻한 의자가 추위에 떠는 나그네를 반겨 주었다. 혹한의 땅이어서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였지만 관광객을 배려해 주던 일본인들의 친절함이, 따뜻한 보리차 한 잔이 그 때는 그렇게 고마울 수 없었다.
그리고 십수년이 흐른 지금 나는 고현 터미널 간이 의자에서 그 때의 그 따스함을 다시 느낄수가 있었다. 아무것도 아닌 열선 의자지만 잠시 잠깐 쉬어가는 사람들에게는 이 겨울의 별미인 오뎅 국물만큼 진하고 달콤한 선물이 아닐 수 없다.
의자 바닥에는 블루시티 거제로고와 동백꽃이 예쁘게 피어있다. 지친 삶을 살아가면서 나 홀로 온기가 그리우면 고현 터미널로 가라. 그곳에서 구들장의 온기를, 내 영혼의 작은 미소를 발견 할 수 있다면 잠시 모든 것을 내려놓고 버스를 타라. 급행보다는 완행버스가 좋고 이왕이면 종착지까지 가는 남부행 버스를 타면 더 좋을 것이다.
동백꽃 어우러진 해안선을 한 바퀴 돌고나면 거제도의 겨울이 얼만큼 따스한지, 봄이오는 길목에서 바라보는 바다와 하늘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느끼게 돨 것이다. 그리고 따뜻한 의자를 만들어 준 그 누군가에게 감사와 고마움의 미소를 보내줄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박춘광 기자 gjtline@naver.com

<저작권자 © 거제타임라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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